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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Jan 08. 2024

박주가리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박주가리   


권분자


       

 팔공산자락을 끼고 조성된 마을, 80%가 주말에만 찾아오는 도시사람의 휴양지다. 

평일에는 고요에 잠긴 이 마을을 나는 수시로 들락거린다.    

  

 도시의 불빛과 가로등, 소음에 익숙한 나는

 밤이면 괴담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을씨년스럽게 흔들리는 나무그림자조차 

'달빛 때문이야' 라고 핑계를 댄다.  

   

 산발한 나무의 머리카락에 가위눌림이 느껴지는 밤이면 

 빈집, 깡통, 무덤보다 길가다가 만난 박주가리가 더 삭막해 

    

 시계가 새벽 두 시를 가리켜도 달빛이 좋아 잠들지 못하는지

 바깥마당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던 옆집 남자를 지켜봤음에도 

나는 왜 폐건물 수십 동이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봄이 만들었을 마을, 늦가을로 쇠락하더니 이젠 더 이상 살지 않게 된 지역?      

 '아니야, 장기휴가를 떠난 거야' 

 휴가로 잠시 집을 비워두었다가 휴가가 끝나면 다시 돌아오는,      

휴식 없는 주부인 나로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광경이다.   

    

 아무것도 없는 산비탈에 마을을 건설한 박주가리는 

해마다 멸망을 반복하면서도 

새 소리, 풀벌레 소리, 개 짖는 소리 깃든 빈집을 달그락 달그락 흔들며 

휴식 보호구역이라는 팻말로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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