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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Jan 14. 2024

중독 / 권 분자

짧고 긴 사유


중독 


권 분자



배란다 너머로 펼쳐진 저녁도로는 마치 월말 지출 계획 써내려간

희야네 고물상회 칠판처럼 보였다.

여행이 좋아 남발하던 카드 고지서로 그녀의 숫자들은 이제 아찔하다.

칸칸이 불안하게 정체되는 금액들

"언니! 남편이 자꾸만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쓰고 싶은 데로 쓰라고 하네." 

"알뜰하게 살아달라는 얘기잖아."


가만히 내버려두질 못해 달달 볶는 남편 곁에서

고물상점 희야는 쩡그렁쩡그렁 쇠붙이를 던진다.


입안에서 굴리던 별이 

던져진 쇠붙이 고물 무덤에서 튀고 있다.


천천히 녹아지는 숫자들은 헐렁한 골목을 두드린다. 


은행에서 권유한 나의 커다란 <불완전 판매> 숫자들은 

3년이나 나를 옥죄어왔는데 

그 숫자들을 나는 어디에서 꺼내 어디로 던져야하나.

"언니는 은행 가서 예금을 했는데 그게 뭐유? 나는 쓰기라도 했지 ㅋㅋ"


한 곳에 머물지 못해 헐렁한 바퀴의 흔적을 남기느라 누적된 그녀의 카드 고지서와

은행으로 헐렁해진 나의 바퀴를 보면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언니! 숨 막히는데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절약한 금액은 결국 은행이 낚아쳈잖수."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떼이겠니? 법치국가인데"

"언니! 그러고보면 나는 제대로 살아가는 거 맞네 그치? ㅋㅋ"


희야네 고물상회 칠판은 그녀의 노동으로 내일은 깨끗해 질테지만

자꾸 분쟁만 늘어나는 나의 숫자들은

어느 날의 아침이 되어서야 깨끗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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