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작가 Jun 22. 2024

마른 꽃 /권분자

짧은 단상 시


마른 꽃   


권분자   



안개에 쌓여질 때

장미는 더욱 아름답다

오월 밤하늘에서 총총 피어있는

별꽃에 둘러싸여 우아하던 그녀가

천 원짜리 물품더미에 쌓여

지금은 천냥마트 직원이 되었다

낭만을 말하던 입술은 시들만큼 시들었다

그녀 이제 환상 속을 헤매거나

친구의 남자를 빼앗는 어떤 미모도 없다

마른 꽃다발이 되었다

주변 꽃보다 중심의 장미가

먼저 시드는 걸 볼 수 있었듯

극복한 고난이 그녀를 아름답게 했다

턱없이 나를 한방 먹이고도

따뜻함이 감도는 여자

요염한 한 송이 장미는

안개 속에 가두어야 한다고

천냥짜리 집어든 내 물건을

비닐봉지에 넣어 주고 있었다





문학 평론가 청람, 권분자 시인의 <마른 꽃>을 평하다 


                                    평론가 김왕식 


        

권 작가의 글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권분자 시인은 일곱 색깔 중 보라색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권분자 시인의 ‘마른 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여성의 삶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내면의 강인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첫 행의 ‘안개에 쌓일 때 장미는 더욱 아름답다’는 

자연 속에서 더욱 빛나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시작된다. 

이는 안개라는 흐릿한 배경 속에서도 돋보이는 장미의 존재감을 통해, 

시련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본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오월 밤하늘에서 총총 피어있는 별꽃에 둘러싸여 우아하던 그녀가

 천 원짜리 물품더미에 싸여 지금은 천냥마트 직원이 되었다’는 구절에서는 

우아하고 고귀했던 그녀가 천냥마트 직원으로 전략한 현실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세속적인 위치와 진정한 가치 사이의 괴리를 나타내며, 현실의 잔인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낭만을 말하던 입술은 시들만큼 시들었다’는 

그녀의 내면적 변화와 현실의 좌절을 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낭만을 속삭이던 그녀의 입술이 이제는 말라버렸다는 표현은, 

그녀가 겪은 세월의 무게와 현실의 압박을 느끼게 한다.   

   

‘그녀 이제는 환상 속을 헤매거나 친구의 남자를 빼앗는 어떤 미모도 없다 마른 꽃다발이 되었다’는 구절은 

그녀의 현재 상태를 비유적으로 묘사한다. 

이제는 환상 속을 헤매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남자를 빼앗을 만큼의 매력도 잃은 그녀를 

마른 꽃다발에 비유한 것은, 

한때의 아름다움이 시들어버린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주변 꽃보다 중심의 장미가 먼저 시드는 걸 볼 수 있었듯 극복한 고난이 그녀를 아름답게 했다’는 구절은 

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변의 다른 꽃들보다 먼저 시드는 장미를 통해, 

고난을 극복한 그녀가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의외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적인 강인함과 성숙함을 통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턱없이 나를 한방 먹이고도 따뜻함이 감도는 여자 요염한 한 송이 장미는 

안개 속에 가두어야 한다고 천냥짜리 집어든 내 물건을 비닐봉지에 넣어 주고 있었다’는 마무리 부분에서는, 그녀의 따뜻함과 요염함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천 냥짜리 물건을 사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현실적인 모습과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을 동시에 그려낸다.   

   

권분자 시인의 <마른 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은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동시에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시인은 앞으로도 인간의 내면적 변화를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독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전 15화 거미줄​ / 권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