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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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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권분자



테이블에는 40대 여자들이 둘러앉아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아메리카노와 디저트를 번갈아 먹고 있다. 은은한 조명등에 비친 여자들의 얼굴은 화사하다. 의자 옆으로 흘러내리는 옷자락마저 어여쁘다.

그녀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구석자리에 홀로 앉아있는 나는 빗어 넘긴 머리카락 탓에 얼굴 주름이 뚜렷하다. 치킨을 한입 베어 문다. 캔 맥주 표면에는 미세한 물방울이 맺혀있다. 왁자지껄한 젊은 여자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나는 그녀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들은 함께여서 즐겁고, 나는 혼자여서 쓸쓸하다.

비오는 창가에서 커튼을 젖히고 내려다보는 바깥에는 한 줄기 비바람이 뺨을 때린다. 얼굴을 찡그리며 치킨 뼈를 내려놓는 나를 누군가는 꼴사납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

창밖에는 비를 맞고 떨어지는 나뭇잎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젖은 어깨를 툭툭 친다.

카페 한쪽에서는 한 여자가 휴대폰을 들고 서 있고 친구들은 포즈를 잡으며 장난을 친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는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수다와 웃음소리, 커피 내리는 기계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노트에 글씨만 휘갈긴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 공간의 일부이고, 비오는 날 오후의 풍경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카페의 단골손님이다. 한때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테이블에 앉아있지만, 함께 웃던 얼굴들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진다. 내가 이곳에 온 건 오래전 추억을 꺼내 글을 쓰기 위해서다.

치킨을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머릿속에는 작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건배하던 순간들, 끝내 다 하지 못한 말들, 그리고 몇 번의 선택과 이별도 이곳에서 결정했음을, 그 모든 감정이 깃든 카페에서 ‘세월 참 빠르다.’라는 생각이다.

한 모금의 맥주가 목을 타고 지나갈 때마다 무겁던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이만하면 잘 살아가고 있는 거야.' 라는 짧은 문장 하나를 더 적은 뒤, 펜을 놓는다.

창밖에는 웃으며 지나가던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문 앞에서 멈춰 선다. 잠깐 갈등하던 그들 중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와 친구들에게 자리를 잡자고 손짓한다.

삶은 자주 반복된다. 비슷한 테이블, 비슷한 웃음, 그리고 비슷한 쓸쓸함.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분명,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르다는 것,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되었고,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것…,

홀로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나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쓸쓸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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