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따뜻한 봄날 나는 친구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저 은행나무 좀 봐.”
친구가 손가락으로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다.
주변의 은행나무는 연한 새잎들을 내밀고 있는데
유독 그 나무만 해묵은 열매를 오종종 매달고 축 처져있었다.
“다들 새 잎을 내밀며 싱그러워지고 있는데,
저 나무만 나처럼 묵직한 짐을 떨궈내지 못했어.
아이 둘을 낳아 뼈 빠지게 공부시켜 놓았건만,
아직 한 명도 결혼하지 않고 아옹다옹 함께 살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던 내가 마지막 숙제를 못 푼 기분이야.”
자식 농사만큼은 훌륭하게 잘 지었다고 자부하던 친구가 한탄을 하며
새잎을 매단 가지를 부러운 듯 멍하니 올려다봤다.
“다들 좋은 직장에, 돈도 잘 버는데?”
“편하고 좋다며 독립은커녕 짝을 만나지 않아, 손주 얼굴도 못보여 주니….”
친구는 새잎을 매단 가지와 묵은 열매를 떨구지 못한 가지를 번갈아 올려다봤다.
열매가 가지를 떠나지 못하듯, 그들이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지 않는 건.
그들이 짊어진 시대적 고독과, 자식들을 완벽히 놓아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노파심이
서로를 묶어두는 건 아닌지….
깊은 한숨을 쉬는 친구 옆에서 나는 엉뚱한 방향의 해석을 하며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