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세상은 더 이상 인간미를 원하지 않는다.
늘 바보천치처럼 세상모르고 살아가는 나의 순수는
이제 아름다움의 가치가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순하면 잡아먹히고, 적응력에 뒤떨어지면
멸종해야 할 구시대 종(種)으로 전략하고 만다.
믿고 돈을 맡기는 은행마저 눈 깜짝할 사이에 정직함을 버려서
남들보다 쳐진다는 혹평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놓지 않았던 나는
곧 멸망으로 가는 비효율적 본능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은 가끔 인간미를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세상 안에서는 독이 되었다.
약삭빠른 여우들만 살아남는 시대에
서로 믿으며 살아가야한다는 나의 착각이
더는 변하지 않으면 수석의 차가운 무늬로 박히고 만다는 것을
은행이 단단히 일깨워주었다.
순수함은 이제 화려한 AI 문명의 박물관 한구석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영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전시될 것 같다.
모두가 효율이라는 딱딱한 최신 기술을 찬양할 때,
나는 묵묵히 여우로 변신해 살아남는 법을 연구하는 대신,
떼이고 사라지는 입장을 택할 수밖에 없는 바보천치여서
밟힐 때마다 꿈틀꿈틀하며
나도 나름 강물에 깎이고 깍인 단단한 돌이라고 외쳐보지만,
그 누구도 돌아보는 자가 없다.
AI가 학습할 수 없는 귀하고도 슬픈 고전이 되었지만,
그들은 결코 나와 똑 같은 수석의 무늬는 갖지 못한다는 것을….
못난 나의 무지는 오류 없는 AI조차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미>라는 영원한 코드를 새기는 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