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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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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권분자



바닷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서 있다.

발밑에서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돌이켜보면 내 삶을 깎고 다듬은 것도 혹독한 바람과 파도였다.

긴 세월 유난히도 나를 괴롭혔던 몇몇 얼굴들이 떠오른다.

배신으로 믿음을 산산조각 냈던 가까운 지인들은 내 모든 걸

꼬이게도 했고, 눈물과 원망을 안겨주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이야말로 가장 혹독하고도 비싼 등록금을 치르게 한

인생의 스승이었다는 생각이다.

이기심과 냉정함이라는 뼈아픔을 느낄때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나를 가장 사랑해주신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런 부모님께는 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

여러번 자책을 해보지만,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갚아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없이 슬프다.

어느 날, 구급차 안에서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드렸을 때였다.

“다리를 주물러 주니까 희한하게도 몸이 많이 편안해지네.”

희미하게 웃으며 말하던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죽고 나면 이 시간조차 그리울 수 있데이.”

생전의 어머니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비로소 한 동안 울지 않았던 눈물을 또 다시 주르르 흘렸다.

부모님께 집중하지 못했던 후회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 인해 아팠다는 슬픔이 합쳐진 걸까.

이젠 작은 감정에도 울컥 한다.

차가운 바람이 눈가를 스치는 바닷가, 철썩거리는 파도는

이젠 망망대해도 두렵지 않을 예순의 나이가 되었으니

거침없이 살아보라며 토닥토닥 나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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