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6화 - 접선

by 팬터피

**통화 시내 만두가게**

“내일부터 주방에 와서 일해 줘요. 여기 만두 좀 싸 드릴 테니 좀 가져가시고.”


“오~ 감사합니다! 여기 만두 너무 맛있더라고요. 고향에서 먹던 맛 그대로던데요?”


“15년 장사하면서 들은 말 중 제일 뿌듯하네요. 하하하.”


그때 일본 순사 둘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진은 그들을 보자마자 긴장했다.


'무슨 일인 거지? 꼬리를 밟힌 건가?'


그는 자연스럽게 외투 안쪽에 넣어 둔 총에 손을 가져갔다.


경찰의 등장에 진뿐만 아니라 그 안의 다른 사람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사장이 우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나으리.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흠흠···”


“혹시 무슨 불편한 점이라도···”


“그건 아니고, 저번 주에 경무과 슌지 경감이 여기서 사례금을 좀 받았다고 들었네.”


“아~ 사례금은 아니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성화 셔서 죄송한 마음에 봉투를 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슌지가 생떼를 썼단 말인가?”


“아니... 절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렇게 들으셨다면 죄송합니다.”


“뭐가 아닌가? 관리를 소홀히 해서 먹는 음식에 먹지 말아야 할 게 나와, 지도 판단 차원에서 이야기한 걸 그렇게 표현하다니··· 장사의 기본이 안 되었구만.”


“아닙니다. 그날은 저희 관리 소홀로 이제 조심하겠단 차원에서 죄송한 마음에 화를 푸십사 하는 죄송함으로 드린 것이 맞습니다. 혹여나 오해가 있으셨다면 노여움을 푸시지요.”


사장은 재빨리 옆의 종업원에게 귓속말로 계산대로 가 돈을 가져오라 시켰고,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를 보고 있던 진은 화가 났다. 이 놈들을 피해 여기까지 왔건만, 여기서도 동포들이 더러운 일을 당해야 한다니... 참으로 비참하고 슬픈 상황이었다.


“이런 만두 같은 음식은 속에 뭐가 들어가는지 몰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오. 머리에서 뭐가 떨어질지 모르니 모자도 쓰고. 근데 왜 이놈은 모자도 안 쓰고, 장갑도 안 하고 있는 거지?”


순사는 꼬투리 잡을 거리를 찾다 진을 지목했다. 그러는 사이 여직원이 빠르게 와서 사장에게 봉투를 건넸다.


“이 사람은 오늘 여기 일자리를 지원하러 온 사람입니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아서 모자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혹시나 오해가 있으셨다면 이걸로 노여움을 풀어주십쇼. 저희가 더 위생적으로, 양심적으로 장사하겠습니다.”


“뭐, 내가 돈을 바라고 그런 건 아니네만, 사장님 성의를 봐서 오늘은 그냥 가겠네. 만두가 꽤나 맛나 보이니 내 좀 포장해 감세.”


“그러시다면 사죄의 마음으로 원하시는 거 말씀하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 예진아, 모셔가서 드실 것 좀 담아드리거라.”


“뭘, 그렇게까지... 흠흠··· 잘 먹겠네. 다음에 또 봅세.”


그렇게 인사하고 주방문을 나가려는 순간 그는 다시 뒤를 돌아보고 뭔가 의아한 듯 쳐다봤다.


“근데 너, 오늘 이 식당이 처음이면 혹시 이쪽 사람이 아니냐?”


“아··· 네.. 맞습니다. 전 하얼빈에서 왔습니다.”


“그래? 신분증 한번 보자.”


진은 예전에 위조해 둔 중국인 신분증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여기 온 목적은?”


“거기서 공장을 다녔는데 공장이 망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이 없어서 좀 돌아다니면서 거처를 정할까 해서 왔습니다.”


“음··· 서에 와서 신고는 했나?”


“그게,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일자리부터 구하러 다니느라 아직 못 구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신고는 기본이거늘!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턴 조심하거라. 우리 사장님도 이런 사람 받을 때 신분 검사 확실히 하시오. 아시겠습니까?”


“네! 오늘 제가 교육시켜 보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요. 난 서에 들어가 봐야 하니 그럼 이만 가보겠소.”


경찰들이 나가자 사장은 모자를 벗고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은 이런 사장이 참으로 딱해 보였다.


“장사하기 참 힘드시겠어요.”


“에휴, 뭐 하루이틀도 아닌데요. 저렇게 그냥 가주면 감사한 거지.”


“저런 일이 많나요?”


“어디 건달 같은 놈들만 죄다 이쪽으로 왔는지, 밤에는 도박하고, 거기서 빚지면 이렇게 식당 돌며 뜯어내서 또 그날 도박장 가고... 저 놈은 처음 본 놈인데, 처음에는 어색하니 여기저기 깽판 치고 가는 놈들도 꽤 있어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네요... 빨리 독립이 돼야 할 텐데...”


“쉿. 여기선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돼요. 여기저기 듣는 귀도 많고.”


사장이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자 진은 아차 싶었다. 다른 때보다 더욱 조심해야 할 시기에 처음 본 사람에게 너무 쉽게 마음을 열고 편히 말을 했기 때문이다.


“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몇 시까지 올까요?”


“우린 아침에도 장사를 하니 내일 아침 7시까지 나올 수 있겠어요? 그때부터 도와주면 될 것 같은데.”


“네, 그럼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내가 고맙지. 밥은 먹지 말고 와요. 여기서 같이 먹으면 되니까.”


오랜 타지 생활로 온갖 그리움과 서러움이 쌓인 공감 때문인지,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의 별거 아닌 대화를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여겨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배신자 달수였다.





**통화시 외곽의 한 찻집**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테이블에 혼자 앉아 차를 홀짝이며 두꺼운 책 한 권을 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시계를 한 번 살펴본다.


차를 다 마셨는지 잔에 차를 한 잔 또르르 더 따르는데 맞은편 의자에 누군가 급히 앉는다.


“미안하오, 동지. 내가 좀 늦었소. 꼬리가 달린 듯하여 좀 따돌리고 오느라.”


“괜찮습니다. 내 나라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더 오래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저는 들으셨겠지만 김종진입니다. 근데 무슨 책을 그리 보고 계십니까?”


“농업 연구에 관한 책입니다. 독립 이후에 우리 국민들이 다 잘 먹고 잘 살려면 농업이 번창해야 하니까요. 저는 류자명입니다. 그나저나 김좌진 장군님께서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도 전화로만 일적으로 연락드리는 처지라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유선상 느껴지는 걸로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오로지 나라 걱정이시지요.”


“장군님 같은 나라를 생각하시는 분이 백 분만 계셨다면 저희는 벌써 독립을 했을 텐데...”


“선생님도 애국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에이, 무슨 말씀을요. 저는 한참 멀었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여분의 잔에 차를 따라 종진에게 건넸다. 종진은 뜨거운 차를 받자마자 호호 불고 막걸리 마냥 후루룩 들이켰다.


“제가 차는 잘 몰라서··· 거두절미하고, 그 사라진 두 동지 소식은 들은 게 있습니까?”


“아니요. 그들은 잡혀간 듯합니다. 벌써 한 달째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음··· 그들이 저희 모임에 대해 누설하진 않았을까요?”


“그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누설하고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다면 더 다행일 것 같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이 충혈돼 안경을 벗는 그를 보면서 종진은 손수건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식구 걱정보다 일 걱정이 앞섰네요.”


“아닙니다. 일이 우선이죠. 저희 쪽은 원안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백야 장군님을 노리는 일본 놈들이 워낙 많다 보니 저희는 좀 조심스럽습니다.”


“네, 그럼요. 나라가 잘못해서 젊은 청춘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할 수도 있단 건 너무도 안타깝지만, 그들은 나라를 저버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그때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7월 25일, 11시 반 맞죠? 반장군님께는 그렇게 전달드리겠습니다.”





**통화시의 작은 숙소**


테이블엔 교자, 군만두, 새우만두, 시우마이, 빠오즈 등 다양한 만두들이 놓여 있다. 둘은 오랜만에 포식에 행복이 가득 찬 얼굴로 입 안 한가득 만두를 넣었다.


“이 많은 만두를 다 공짜로 받은 거야? 나도 식당을 갈걸.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나가다 인력거를 보니 그게 할 만하겠더라고.”


“우리가 가져온 건 너무 낡은 거 아냐?”


“오늘 사람들 좀 태워서 몇 푼 번 걸로 시장에 있는 고물상에 가서 고쳐 달라 했어.”


“그래. 잘했어. 조금만 더 버텨 보자.”


“근데 여기, 아까도 느낀 거지만 너무 맛있어.”


“사장님이 조선 분이셔.”


“아! 그래?”


“길게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느낌이 엄청 좋았어. 뭔가 잘 통할 것 같단 느낌?”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숙소 직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전화가 와서요. 빨리 내려오세요.”


“혹시 전화 올 곳이 있어?”


“아니, 없는데. 뭐지? 함정인가?”


둘은 의아해하며 주변을 살피며 조심히 내려갔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고, 전화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전화를 앞에 두고 눈빛을 교환했다. 누가 받아야 하나? 무슨 일일까? 소리가 새어 들어갈까 말을 하진 못했지만, 손짓을 통해 둘 중 말주변이 나은 진이 전화를 받기로 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전화받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다물단의 김달수라는 사람입니다. 혹시 대련에서 오신 분 맞으십니까?”


이 말에 진은 물론이고 같이 듣고 있던 형원까지 깜짝 놀랐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독립군과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기쁨과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 묵는지를 어찌 아는지에 대한 궁금함에 그들은 당황했고,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독립운동가 인물사전]


류자명 (柳子明, 1903~1985)


한국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로, 항일 무장투쟁과 광복 후 국군 창설에 기여한 인물이다. 광복군 내부에서 군사 훈련과 전략 수립에 기여하며, 연합군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군에 대한 첩보 활동을 수행했다. 또한, 한국광복군과 미군 전략첩보국(OSS) 간 협력 작전에 참여해, 일본 점령지에서의 작전 수행을 지원했다. 1945년 광복 후에는 국군 창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군사 체계의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광복 이후에도 국가 안보와 군사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며, 군사 전문가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인정하여 훈장을 수여했으며, 동시에 농업 교육과 연구에 힘썼다. 그는 독립운동가로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군사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한국광복군과 류자명』(박찬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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