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잘 모르겠다.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은 그래서 뭘까?
2011년, 그해는 20살이 되던 때입니다. 밤이 되면 술을 마십니다. 동기들, 선배들, 친구들……. 마시고 봅니다. 쭉쭉쭉, 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탈골! 탈골! 탈골, 탈골, 탈골! 이렇게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보면, 집에 갈 시간이 됩니다. 어떻게든 막차를 타서 집에 도달하면, 씻고 잡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로 나가면서, 전날 부어 마신 알코올을 깨느라 정신을 못 차립니다. 그러고 10시간 뒤, 저는 또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놀던 시절이 있지 않나요? 여기다 PC방 가서 게임하고, 과 MT, 동기 MT 등을 가서 1박 2일 밤을 새우면서 놀고 말이죠.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하다가 그 스트레스를 한 번에 푼다고나 할까요?
시간이 흘러, 저는 대학교 2학년이 되었고, 주위의 남자인 친구들은 군대로 떠났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도 생기더라고요. 휴가 나올 때마다, 술 한 잔 기울였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술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인가 봅니다. 어느 날, 절친했던 고등학교 친구이자 군인으로 복무하던 한 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도대체 뭐 하고 있냐?”
“아니, 너는 뭐냐?”
“너는 너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이렇게 시간 낭비하는 이유는 뭐냐?”
“계속 이렇게 살 거냐?”
그 질문을 듣고 머리가 띵했어요. 왜냐고요? 그 질문이 저의 삶을 찌르는 칼끝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초중고까지 열심히 공부하다가,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열심히 술 먹고 놀러 다니던 저를 때리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도 저 역시 알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매일 노니깐, 뭔가 허무하다고. 놀고먹고 마시고 하는 이 모든 게 즐겁긴 하지만, 나의 삶에 있어선 허탈한 느낌을 주고 있었어요. 허무하면서 텅 빈 나를 채워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래서 뭘 해야 하나? 그때 친구는 이어서 저에게 말했죠.
“이럴 때 도움 되는 게 독서야. 나는 군대 안에서 책을 주구장창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너도 책 좀 읽어봐.”
독서, 참으로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10대까진 타의로 책을 읽었습니다. 수능을 위해, 내신을 고려해서 말이죠. 그랬던 독서를 자의로 한다고?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이 맞긴 했어요. 어차피 매일매일 놀면서 시간 낭비하는데, 이럴 거면 책 좀 읽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생각 하나에서 저의 독서는 시작되었습니다. 꾸준하게 읽으려고 했어요. 어떻게든 이어 나가고자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막 읽다가, 포기하려던 때도 있었고요. 빠르게 읽는 독서법, 즉 속독하려다가, 이 방법이 내 방법은 아님을 깨닫기도 하고요. 형광펜, 펜, 샤프 등으로 줄 그으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게, 저에게 어울리는 방법 중 하나임을 깨달았어요. 읽었다가 까먹기도 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덜 잊고자 독서 기록을 손으로 쓰다가도, 글씨가 더러워 다시는 읽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자, 컴퓨터로 타이핑하며 기록해 나갔죠.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자기계발서도 파고들다가, 점차 다양한 분야로 넓혀나가기 시작했어요. 경제, 역사, 건강, 심리, 트렌드 등등 말이죠. 그렇게 습관을 잡아가고, 읽고 정리하고를 반복하니깐, 200권 정도를 제 나름대로 독서했더라고요? 많으면서도 적은 양이죠?
그렇게 독서하던 중 만난 책이 바로 [여덟 단어]였습니다. 이 책은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작가님이 쓴 책으로, 작가님은 [여덟 단어]를 통해 제 마음에 다시 한번 도끼를 날려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재독했는데, 그때의 감동이 여전히 느껴집니다.
어떤 면에서 제 마음에 도끼를 날리는 기분을 받았냐고요? 앞에서 말했던 친구의 질문과 연결됩니다. “너는 도대체 뭐 하고 있냐?”, “아니, 너는 뭐냐?”, “너는 너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여덟 단어]와 연결되거든요.
책[여덟 단어]의 챕터 중 하나 ‘본질’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은 그야말로 Everything Changes, 다 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변하지 않는 진짜 본질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죠.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전화기의 본질은 궁금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전화기가 발전해 개인 휴대전화가 생기고, 그 휴대전화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전화기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것 속에 변하지 않는 것, ‘Everything Changes'에서 'Nothing Changes'를 보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여덟 단어] 48-56쪽
저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30대까지도 고민하던 저에게 와닿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래! 공감할 순 있지! 그런데, 본질을 어떻게 찾으란 거지? 나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면 좋다는 거지? 그거에 대한 답도 저자는 제시해요.
그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이 말이 놀랍게도 [여덟 단어]의 다른 장과도 연결이 됩니다.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은 바로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들어야 함을 말합니다. 겉으로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바라보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걸 떠올리는 것! 그것을 장 ‘견’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드라마 하나도 10초 뒤로 버튼을 수없이 누르며 봅니다. 유튜브도 2배속으로 보는 게 흔한 일이고, 하물며 4배속을 요청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에 대해서라도 그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아내는지 제대로 보고 있나요? 그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드라마 단 한 편이라도 집중하고 있나요? 저는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제대로 된 ‘견’을 실천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면, 제대로 보고 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결국 현재에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바로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죠. 삶을 매일매일 철저히 살아갑니다. 욕심이 많아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미래에 내가 얻을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패도 하지만 성공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과거에 나는 제대로 집중했느냐? 아니라고 대답할 거 같아요. 나는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니, 부끄럽네요.
순간순간 현재에 집중해서, 내 앞에 놓인 것들에 제대로 보고 들으며,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위해선, [여덟 단어]에선 메멘토 모리, 아모르파티를 추가로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라’와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죠. 왜 지금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죽음이 결국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30대라는 이유로 죽음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일이라도 죽을지 모릅니다. 교통사고 때문에, 갑자기 발생하는 핵전쟁 때문에, 또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때문에. 물론 과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죽음을 알아야 내 운명을 사랑하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나를 알게 되면 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답이 없는 인생 속에서 긴 마라톤이라 여기며, 차근차근 달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나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내용들 역시 책 [여덟 단어]의 ‘인생’, ‘자존’과도 연결됩니다.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너는 도대체 뭐 하고 있냐?”
“아니, 너는 뭐냐?”
“너는 너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이렇게 시간 낭비하는 이유는 뭐냐?”
“계속 이렇게 살 거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던 20대와 30대의 제 독서 과정을 돌이켜봤습니다.
20대 초창기에 책 읽을 땐, 10대와 달리, 내가 관심이 생겨서 읽은 탓일까? 모든 말이 주옥같았고, 모든 말이 내가 배워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받아들였죠.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나를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주관을 잃어버리는 느낌도 자주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더라고요. 다 필요한 내용이었을까? 기억하고 기록할 만한 내용도 있었겠지만, 분명 모두 다는 아니었어요. 내가 정확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닌지를 이제야 좀 알게 되더라고요.
나는 무엇인가, 나는 뭘까에 대한 답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이젠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나의 책도 이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권을 보더라도, 내가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보고자 노력할 거고요. 그러기 위해서 현재에 집중해서 책에 몰입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내 본질이 무엇인지를 나만의 ‘Nothing change’를 찾고자 노력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이제 당분간 새 책 사는 걸 줄이기로 했습니다. 읽어봤던 책 중 감명 읽게 읽었던 책들을 재독하기로 결심했거든요. 다시 읽으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땐 어떤 답이 나올지 개인적으로 설레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저만의 간단한 서평으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자기계발서다. 저자가 선정한 여덟 단어, 그와 관련된 저자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고찰들이 어렵지 않게 마음에 스며들어, 내가 가진 생각들을 변화하게 만들고 싶은 그런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 생각만을 말할 뿐임에도, 와 닿게 만들며, 나 자신을 바꾸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만든다. 뻔한 말이 아닌, 진실한 말로 독자들을 울리는 진정한 자기계발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