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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05. 2024

단 9%다. 고작 0.4초다. 하지만 포기하면 끝이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으며, 증명해야 한다. 그게 이기는 길이다.

투수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미터.

투수의 보폭을 빼면 16.76미터.

투수가 146에서 152km/h의 공을 던진다고 가정하자.

투수의 손을 떠나 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 0.4초.

타자가 투구를 눈에서 뇌로 인지하는데 0.08-0.1초.

제일 중요한, 스윙 해서 공을 맞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0.15초.

그 전에 뇌에서 스윙하라고 신호 보내는 데 0.025초.

그러면 판단을 위해 남은 시간은 고작 0.125초.

이 시간 동안 공 확인하고 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0.3-0.4초.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SNS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요약하자면, 뇌에 신호를 보내고, 판단하여 스윙해서 공을 맞히는 시간이 0.3초에서 0.4초 사이! 1초도 안 걸리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야구란 단순히 공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죠. 두산 베어스의 통산 100승을 달성한 좌완 투수 유희관 선수. 그가 던지는 슬로우 커브가 76km/h 정도 된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공은 150 후반에서 160km/h 가량 된다고 하고요. 결국 0.3-0.4초 사이에 일어나야 할 일을 더 빠르게 선택하거나 천천히 결정해야 합니다. 거기다 야구의 구종은 정말 다양합니다. 슬라이더,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너클볼 등등. 


출처, pixabay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0.3초에서 0.4초 사이에 스윙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게 타자들입니다. 투수들이 이를 이용해서 교묘하게 속도를 조절한다면요? 거기다 변화구까지 던진다면요? 투구를 위, 아래, 몸쪽, 바깥쪽으로 던질 수도 있지만, 아예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지 않는다면요? 상상만 해도 골 때립니다. 이래서, 타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삼진을 당하나 봅니다. 타자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드리님.


출처, pixabay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이가 한 명 있습니다. 2024년 시즌을 무섭게 보낸 타자죠. 메이저리그의 타자 오타니 쇼헤이입니다. 2024년 10월 14일 기준, 그의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타율 0.310, 안타 197개, 타점 130점, 득점 134점, 홈런 54개, 도루 59개, 출루율 0.390, OPS 1.036


이렇게만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2위, 홈런 1위, 안타 2위, 타점 1위, 득점 1위


이건 뭐랄까요? 완벽 그 자체입니다. 투수와 타자 두 분야로 활약하다가, 올해는 타자로만 뛴 오타니. 그는 위에서 말한 내용을 개의치 않고 무난하게 해낸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를 감히 이렇게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퍼펙트 플레이어라고요. 


오타니 쇼헤이_출처, 연합뉴스


퍼펙트 플레이어라는 호칭을 쓸 자격이 있는 오타니 쇼헤이 말고도, 1군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들도 사실 대단한 이들이더라고요. 드리님. [야구잡썰]이란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야구 선수 한 명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배트 하나만 해도 10만 원입니다. 그런데 배트 하나면 되나요? 부상 방지를 위해 헬멧, 팔꿈치 보호대 같은 보호구는 물론이며, 소모품인 야구공 구매는 필수입니다. 필요하다면 1시간에 10만 원 정도 하는 사교육도 들어야 하고요. 강인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식사는 기본으로 받쳐줘야 하니 그 비용도 무시 못 할 겁니다. 야구. 돈이 없으면 못 할 운동입니다.

2025년 KBO 리그 신인드래프트는 총 1,197명이 지원했습니다. 그중에서 110명만이 지명을 받았습니다. 약 9%가 통과했죠. 모 책에서는 프로야구 1군 선수 되는 게 대기업 임원 되는 것만큼 힘든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 1군에서 자리 잡은 선배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 2군으로 가죠.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단련해야 합니다. 도태된다면 남은 건 방출뿐이니까요. 

능력도 능력이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과정을 뚫고 1군까지 올라와 버티는 선수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프로야구의 세계, 치열한 세상인 건 분명합니다.


2025 신인드래프트_출처, 연합뉴스


드리님이 말하신 바처럼 실책에 대한 공감은 충분히 합니다. 1군에서 날고 긴다는 야구 선수들도 ‘본의 아니게’ 실책할 수 있죠. 왜냐고요? 우리들도 실수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잘 해내는 걸 목표로 하기에, 때론 드리님이 저랑 일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정말 꼼꼼하게 살고자 하는 저 역시도 놓치는 게 생기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기도 합니다. 실책, 정말로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해선 안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같은 실책, 실수가 반복된다? 그러면 그건 실력이 맞습니다. 말한 김에, 이거 하나는 명확하게 하시죠. 2024년 롯데 내야진의 실책은 실력이 맞습니다. 총 123번으로 전체 실책 2위입니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600&key=20241008.22019001626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디테일을 챙기지 못한다면 1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그건 야구 선수가 아닌 우리에게도 해당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잘해야 하면서, 실수는 없어야 하는 쪽으로요.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쟁 풍토가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구라고 하는 건 단체 운동이야.

동료들한테 도움을 줘야 되기도 하고, 피해도 주지 말아야 돼.

팀에 피해 주지 않는다는 의식을 가지라고.

그런 의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돼.

우리가 지면 이 식구들 하루아침에 다 없어져. 

우리 뒤에 제작진만 200명 있어. 

우리 때문에 200명의 제작진 뒤에는 500명, 600명의 가족도 있다.

우리가 실수하면 이 사람들한테 어떤 피해를 주겠어?

이런 걸 잘 인식하라고.

어쨌든 시합에는 상대가 프로가 되든 아마추어가 되든 관계가 없어.

어떤 시합을 해도 이겨야 돼.
야구는 단체운동이야 _출처, 예능 최강야구


요새 핫한 예능 [최강야구]에서 나온 대화입니다. 시즌 70% 승률 달성하지 못하면, 팀 [몬스터즈] 해체와 프로그램 폐지를 동시에 걸고 하는 리얼리티 예능입니다. 선발투수로 뛸 예정이었던 오주원 선수가 치질 수술을 받게 되어, 당일 선발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어요. 이때 나왔던 대화가 바로 위의 내용이며, 쓴소리로 선수들의 중심을 잡게 한 이가 바로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님입니다. 제 마음속에 새기는 말이 하나 있는데, 그건 김성근 감독님이 이어서 하신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프로 출신이고

지금도 프로야

돈 받고 하고 있어

돈 받는다는 건 프로라는 것이야. 


돈 받는다는 건 프로다_출처, 예능 유퀴즈


2025년 KBO 리그 신인드래프트에 1,197명의 선수가 지원했고, 단 110명만이 지명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87명은요? 프로로 가지 못한 그들을 신경 쓰게 된 계기 역시 예능 [최강야구]입니다. 


제작진 : 무슨 생각 해요?

선수 : 마음 같아서는 계속 야구를 하고 싶은데, 상황적인 것도 있고 여러 가지 고려를 해서, 제가 마냥 야구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나이도 내년 되면 27살인데, 꿈이랑 현실을..... 따져가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진지하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도 분명히 최선을 다했을 게 분명한데, 결과가 냉혹하니 말입니다. 쓰라렸습니다. 한 선수가 말한 바는 어떻게 보면, 단순히 야구하는 이들만을 향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걸 이루며 살아갈 순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그리던 꿈이죠. 고등학교 때도 열망 가득히 그려나갔지만, 실패했습니다. 재수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수능으로 도전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대학교에서 4년 내내 이 악물고 공부해서 합격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오로지 2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면 바로 군대를 가야 하고, 새로운 진로를 다시 모색해야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20살에서 23살의 삶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그 덕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죠. 그때처럼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를 정도로 노력했고, 운도 따라준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와 꿈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이젠 너무나도 잘 압니다. 저조차도 그럴 수 있었고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한 선수의 말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근데 야구하고 싶은 쪽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렇게 포기하려 지금까지 한 건 아니니까!


저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꿈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 길이 더 어려울지라도 또다시 여정을 떠나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을 응원합니다. 설령 그 길을 포기하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자기 행복과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고자 하는 친구들 역시 응원하겠습니다.


예능 [최강야구]에서 응원하는 멘트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 삶도 그렇다.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으면 끝끝내 이기는 것.

증명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이 이야기가 어느 프로야구 선수의 거대한 서사의 시작점이길 바라며.


드리님, 저는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 멘트를 던지겠습니다. 야구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야구 이외에도 꿈을 꾸고 달려가는 이들 모두에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취미를 즐기지만, 본래의 삶에선 누구보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드리님에게도 이 말을 바치며 이번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디 많은 이들이 낮은 확률과 짧은 시간에 굴복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는 이곳 이 자리에서 승리를 외친다.


승리의 자이언츠_출처, 롯데 자이언츠


PS 1. 롯데 자이언츠는 2025년엔 실책을 절반만 줄여, 더 멋진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팬으로서 너무 행복할 겁니다.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PS 2. 드리님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퍼펙트 플레이어인 오타니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열정의 플레이어니까요. 배드민턴, 러닝, 야구 시청 및 직관, 여행 등 하고 있는 게 산더미인데, 음악에서 공연까지! 저로선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취미 양이지만 말입니다. 제가 느끼는 건 이젠 취미가 아니라, 취미 ‘업무’라고 칭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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