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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May 02. 2022

웹 소설의 근본적 성공 비결은?

 “이거 뭐야?”

 “이거? 웹 소설 처음 보냐?”

 “어! 요새는 소설도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거 재밌어. 한 번 봐봐.”

 “에이, 책은 넘기는 맛이지. 이렇게 작은 화면으로 글 읽는다고? 눈 아프겠다.”

 “아니, 딱 한 번만 보라니깐! 보고 나면 달라질걸?”

 “에이, 별로 안 끌리는데…….”

 “딱! 한! 번! 만!”   

  

 시작은 그랬다. 재미있다고 몇십번을 권유하는 친구 때문에 보고 말았다. 유비가 제갈량을 모셔 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지 않았던가? 내 친구는 N고초려 했다. (보라고 꼬드긴 횟수가 몇 번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N이라고 표현했다) 친구의 정성 어린(?) 설득을 나는 늘 반려했다. 이야기를 수십 번 귀로 듣긴 했지만, 그대로 반대쪽 귀로 흘려보냈을 뿐이다. 왜냐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종이책에 빠져 살았던 내 입장에선,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다는 게 매우 생소했다. 그리고 진짜 눈이 아플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걸 시작하는 일 자체가 귀찮았다고나 할까? 거기다 나름 똥고집이라 듣지 않은 것도 있다.      

유비와 제갈량, 삼고초려  / 출처, smtmap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내 친구가 나보다 더한 근성과 고집을 가졌다는 점이다. 단 한 편을 볼 때까지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는 녀석 때문에, 안 보는 내가 나쁜 놈(?)처럼 느껴지는 순간까지 오고 말았다. 친구를 못 미더워하면서도, 결국엔 보기 시작했다. 남희성 작가의 [달빛조각사] 1화를 말이다.     


 이후, 약 6년이 흘렀다. 웹 소설 시작조차 귀찮아했던 나는 현재 웹 소설 덕후가 되었다. [달빛조각사]를 시작으로, [나 혼자만 레벨업], [두 번 사는 랭커], [도굴왕],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 [나노 마신], [마신 강림], [화산귀환], [A.I. 닥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판사 이한영] …….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6년이란 시간 동안, 숨 쉬는 순간마다 웹 소설이 함께 했다. 진짜 지독하게 읽었다. 몇 개는 3~4번 다시 반복해서 볼 정도였다. 


 나중에는 N고초려 했던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냥 같이 즐기자고 한 거였는데, 이렇게까지 목숨(?) 걸고 볼 줄은 몰랐다고.        

작가 프로글쓸러의 웹소설 리스트 (사실 더 있긴 하다...)

 작가 프로글쓸러를 덕후로 만들 정도의 웹 소설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 요소는 다양할 거다. 주인공이 가진 매력? 예를 들면 인성 파탄자인 주인공 때문에 처절하게 고생하는 악역들, 회귀를 통해서 이전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해내고자 이 악물고 덤비는 독종의 모습들 등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매력을 한층 잘 살려내는 작가의 화려한 필력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구성도 중요하다. 뭔가 밝혀지려고 하는 순간에 끊어버려서 다음 회차도 보게 만드는 절단 신공이 대표적이다. 이 말고도, 웹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 요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웹 소설의 성공 요인 하나는 뽑아볼 수 있다.     


 바로 언어다!     


 으잉? 갑자기 언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다. 언어 자체가 가지는 힘을 상세히 말하는 책을 곁들여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바로 책 [사피엔스]다.      


 ‘인간’이란 단어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다. 즉,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호모 사피엔스 이외에도 이전에는 수많은 종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그런 다양한 종 중에서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답이 바로 언어다!   

언어 / 출처 Pixabay

 물론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언어 하나뿐만은 아니다. 뇌, 직립보행, 사회력, 불 활용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하지만 언어의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른 동물에 비해 사피엔스 언어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 그런 언어 덕분에 뒷담화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사람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여부를 언어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작은 무리는 믿을만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며 더 큰 무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언어 덕분에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허구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허구를 타인과 같이 대화로 공유하고 집단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면서, 신, 국가, 법이라는 가상의 실재를 존재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숫자가 모여 대규모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현대 국가, 중세 교회, 고대 도시, 원시 부족 등이 탄생하게 되었다. 시간이 더 흘러 현재는 어떨까? 지금은 가상의 실재가 존재하는 걸 넘어,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구글, 미국 ……. 그들이 바로 현재를 쥐어 잡고 있는 존재들이다.      

국가, 법, 종교, 인스타그램 / 출처 Pixabay, 나무위키


 이제 좀 동의하겠는가? 언어가 가지는 힘 덕분에 사피엔스는 현 지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돌아가 보자. 언어가 가지는 허구의 힘이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웹 소설이다. 우리는 웹 소설의 세계에서 환생, 회귀하여 이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달성해내는 모습을 보며 사이다를 느끼고, 판타지 세계, 게임 세계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상상하게 만드는 언어의 힘은 대단할 뿐이다. 그 덕에, 오늘도 나는 웹 소설을 볼 수 있어 행복할 따름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언어의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으로 무서울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사피엔스 1부, [인지혁명] / 유발 하라리 / 김영사 / 2020       

[해당 책은 저의 시선을 바탕으로 요약한 것이기에 다른 이들이 읽으면 다른 관점으로도 해당 책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해당 책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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