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기몰이를 하는 MBTI!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 그중에서도 E와 I는 많은 분이 더더욱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E(Extroversion, 외향형)는 쉽게 말해 외부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걸 말한다.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는 등 사교성이 있으며,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지는 편이다. 소모를 통해서 에너지를 충전하며, 정열적이고, 활동적이다.
반대로 I(Introversion, 내향형)는 외부보단 내부 활동에 집중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단 깊이 있는 관계를 추구하며, 1:1 대화를 주로 하는 편이다. 조용하고 신중하며, 자기 공간이 있어야 하고, 비축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편이다.
아마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대략 느낌이 올 거다. 모르겠다면, MBTI 검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MBTI 검사를 해보니, 나는 E가 나오긴 하나, 여전히 I이기도 하다. 검사 결과가 E인데, 왜 I를 이야기 하냐고? 활동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냥 집에 박혀서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하다. 소모와 비축을 번갈아 가면서 하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셈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막 말을 걸고 싶을 때도 있다만, 때로는 그러지 못하고 부끄러워할 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추구하면서도, 적지만 깊이 있는 관계 역시 원하는 셈이다.
왜 이런 걸까? 어린 시절의 나는 확실히 I였다. 그건 100%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E가 되고 싶었기에 스스로 노력했고, 그 결과 외향형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게 되었으며, 계속 유지하고자 지금도 분발하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의 나는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활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으니! 바로 부모님 때문이다. 부모님의 강요 아닌 강요로 인해 발표하는 자리에 자꾸 나서게 되었다. 말하기 대회, 독서 경연 대회, 영어 발표 대회 등 다양한 곳에 나가 말을 많이 했지만, 그런데도 나는 부끄러움이 여전히 많았고, 남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거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까먹을 때도 있었으니까. 학창 시절에 반장, 부반장 등을 하긴 했어도, 생각보다 나는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한 쪽에 속했다.
100% I인 내가 변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학교다. 학교라는 사회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반항심이 점점 커졌고, 사회에 대한 불만 역시 증폭되었다. 특히 학교에 대한 불평불만은 극에 치달았다.
아니, 머리 좀 기르는 게 뭐가 문제야?
왜 이렇게 학칙에 구애받아야 해?
뭘 이리 눈치 보면서 살아야 하는 거지? 도대체 왜?
이런 생각들이 매일매일 늘어만 갔다.
솔직히 말하면, 학교뿐만 아니라, 부모님께도,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불만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땐 화도 넘쳐흘렀으며, 자꾸 변화와 혁명을 외쳤다. 돌이켜 보건데, 그때의 내가 참으로 어렸던 게 맞긴 하다.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불평불만의 덩어리로 똘똘 뭉쳤던 나는 진심으로 학교를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밖을 바꾸기 전에 안을 변화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밖이 학교라면, 안은 바로 나였다.
책 [미움받을 용기]에 ‘인간은 변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이 변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니 그렇더라. 부모님이 자꾸 뭔가를 시켜서 하긴 했다만, 내가 간절히 원해서 했던 건 그때까지도 없었던 거다.
내가 변할 용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하겠지…….’라고 막연하게만 여기면서, 속으로 변화만 외쳤던 나는 어쩌면 용기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겁쟁이에 가까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그럼 내가 먼저 달라지자! 단순히 I로서 마음속으로만 불만을 가지지 말고, E로서 직접 행동에 나서자!
그 생각이 확고하게 잡히자마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그 해, 나를 포함하여 7명의 회장 후보가 나왔기에, 치열한 접전의 연속이었다. 선거가 이루어졌고,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기다, 결국 내가 회장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운 좋게도, 당시 교칙 담당 선생님까지도 변화(?)를 고민하던 분인지라, 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덕분에, 인근 학교 중에선 머리를 가장 길게 기를 수 있는 조건을 달성하였다. 완벽한 두발 자유화는 당시엔 불가능했지만.
그때 이후로 벌써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I의 기질은 강하다.
프로야구를 워낙에 좋아하는 탓에, 야구장에 자주 출몰하는 편인데, 우연히 야구 선수 등 유명 인사를 만나게 되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 모습만 봐도 I라는 걸 스스로 실감한다.
하지만 회장 선거 출마를 비롯하여 온갖 경험들이 하나하나 축적된 덕분일까? I로서의 내 모습이 튀어나올 때마다, 스스로 외친다.
“에이 부끄러워 해봤자, 달라지는 거 없어. 집에 가서 후회할 거잖아? 그냥 사진 찍어달라고 해! 그렇게 해서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고!”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고, 결국 외치고 만다.
“제가 너무 팬인데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
E로서의 경험들 덕분에 이젠 E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검사 결과라는 객관적(?)인 자료도 있고 하니!
I이지만 E처럼 자신 있게 행동하고 싶다고? 그럼 간단하다.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조금만 용기 낸다면 바뀔 수 있으며, 막상 도전하여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 이것만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전히 I이나 E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한 사람으로서, E가 되고 싶은 수많은 I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