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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04. 2022

14,000,605가지 중 단 하나

 제목 보고 놀라신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대체 무엇이기에 저렇게 경우의 수가 많은 거야? 하지만 마블 찐 팬들이라면 당황하지 않았을 거다. 너무나도 익숙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 나오는 확률이다. 사상 최악의 적인 타노스를 상대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임스톤을 사용하여 이길 수 있는 미래를 미리 본다. 그 결과, 단 하나라고 한다. 14,000,605가지의 경우 중 딱 하나만이 승리로 갈 방법이라고 한다.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결국 이루어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 확률이 떠올랐던 건, 최근에 보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의 대한민국 활약 때문이다.      

 2022년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경기는 무승부!

 2022년 11월 28일 경기는 3:2로 가나에 아쉽게 패배!

 2022년 12월 3일 경기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2:1로 승리!

 그리고, 대한민국은 16강에 진출했다.     

출처, 한국경제

 28일 가나 전 이후, 경우의 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포르투갈 상대로 무조건 이겨야 한다. 동시에 최대한 골 많이 넣어야 하고. 문제는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도 중요했다. 우루과이가 이기더라도 2:0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 그래야 골 득실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만약 우루과이와 가나가 무승부다? 그럼 가나와 골 득실 비교로 가게 된다. 하여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국 닐슨 산하 데이터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1%였다. 우리는 그 10%에 가까운 확률의 일을 해낸 거다.     


 나는 대한민국의 조별 경기 3개를 모두 다 봤다. 보며 울고 웃었다. 우루과이 때, 기억나는가? 황희조 선수가 골을 못 넣었을 땐, 너무나도 아쉬웠다. 우루과이 선수들이 찬 공 들이 골포스트를 맞았을 땐, 정말 철렁했다. 가나 때는 전반전에 나는 포기해버렸다. 두 골이나 먹혔으니까. 하지만 후반전에 조규성 선수의 활약으로 2:2가 되었을 땐, 믿음이 부족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더라. 한 골 더 먹혀서 지는 순간엔 정말 분했고. 포르투갈 전, 전반 초반부터 골을 먹혔을 땐,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김영권 선수가 호날두에게 맞고 날아온 공을 골로 연결했던 그 순간은 정말 믿지 못했다. 손흥민 선수가 수많은 수비수를 제치고 기가 막힌 패스를, 그걸 받은 황희찬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땐, 새벽이고 뭐고 목이 터지게 소리를 질러댔다.     

출처, 한국경제

 그렇게 온갖 감정을 느꼈던 조별 경기 이후, 수많은 생각이 들더라.     


 모든 것은 운이라는 걸.


 부상 입은 손흥민 선수가 아예 나오지 않았더라면? 경기 도중 다쳤던 김민재 선수가 2차전까지 나오지 않았다면? 이강인 선수가 3차전부터 선발로 뛰지 않았다면? 황희찬 선수를 3차전 후반전에 내보내지 않았다면? 이 말고도 수많은 물음이 존재하겠지만 여기까지 하겠다. 하여튼, 그 모든 게 맞물렸기 때문에, 16강이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도 운이지만, 결국 선수들의 노력이 모였기 때문에, 11%를 뚫어낼 수 있었다. 운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결국 더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거다. 


 가나 때 전반전에 2골 먹혔다고 포기했다면? 복수하기 위해 더 달렸기에 우리는 2골을 더 넣었다. 결국은 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확률이라도 만들어냈다. 

 부상을 입었으나, 마스크 투혼을 한 손흥민 선수는 3차전에 멋진 패스를 해냈다. 부상으로 고생하던 황희찬 선수도 달리고 달려 한 골을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승규 선수가 점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골들을 잘 막아냈고, 선수들이 힘든 순간에도 경기장을 뛰고 또 뛰어다녔다. 또한, 이 월드컵을 위해서 모두가 땀 흘리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준비를 했을 거다. 그 모든 게 모였기에 우리는 기적을 이루었다.     


 사실 포르투갈 경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 그 자체를 안 볼까 했다. 물론 안 봤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겠지만! 확률상 힘들 거라 여겼기에, 안 보려고 했다. 놓치면 안 되었던 그 경기를 보고 나서, 확실해졌다.      


 그래! 결국엔 운이야. 그렇기에 노력하고 또 이 악물고 해내야 하는구나.

 어떻게든 해내려면 매일매일 쌓고 쌓았던 노력이 운과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구나.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덕분에, 오랜만에 동기부여를 하게 되었다.     


 2022년 12월 6일 새벽 4시, 브라질과의 경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브라질을 상대로 이기고 8강을 갈 수 있는 확률을 많게는 23%, 적게는 14.4%로 판단한다고 데이터 업체들이 말한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나는 그 경기를 볼 예정이다. 그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새기고자 한다. 23%? 14%? 그거 뭣이 중헌디? 우리는 모두 목격했다. 결국, 그 누구도 모른다는 걸. 세계 1위를 왜 꺾지 못한다고만 생각해야 하나? 브라질 선수들에 못지않게, 우리나라 선수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이 자리에 도달했다. 그걸로 이미 자격은 충분한 거 아니겠나? 이제 또 다른 신화를 만들기만 하면 될 뿐이다.     


 새벽 4시에,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자 한다. 그들의 노력과 우리의 응원이 합쳐져서 승리를 탄생하게 하지 않을까 믿어보려고 한다. 우리도 어쩌면 어벤져스 팀처럼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을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히 걔네보단 우리가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나와 같이 12월 4일 새벽 4시에 응원할 사람들은 ‘좋아요’를 눌러주길 바란다. 

출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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