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021년, 2022년! 우리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다. 그 당시 사람 간의 만남을 강제로 피하는 건 물론이고, 여러 요인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점철되던 때였던 거 기억나는가? 굳이 말 안 해도 잘 알 거다. 잊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으니깐.
그때 각자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 있었을 테다. 누군가에겐 게임이 하나의 방법이었으며, 어떤 이에겐 집에서 먹는 배달 음식이나 술 한 잔이 힐링 요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헬스장에 가는 게 부담스러웠던 이들도 많았기에, 집에서 하는 운동인 홈트도 그 방안 중 하나였을 테고.
코로나19 당시, 나의 주된 힐링 방법은 먹는 거였다. 먹고 또 먹고, 반복해서 섭취했다. 치킨, 족발과 같은 기름진 음식부터 소주, 맥주 등의 다양한 종류의 술까지! 하필이면 헬스장 가는 것조차 두려웠기에, 운동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확진자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확‘찐’자가 되는 게 어쩌면 더 빠를지 모른다고.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홈트도 하긴 했다만, 무엇보다 나는 마냥 뛰고 싶었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매일 10km 이상 뛸 정도로, 유산소를 좋아했기에! 생각해보니, 다람쥐 쳇바퀴 같은 기계 위보다 더 괜찮은 곳이 존재했다. 심지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때,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던 거다.
바로,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내가 지내던 곳에서 5분만 걸어가면 있는 그곳!
보건지소 근무 끝난 이후엔, 동네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물며 초등학교는 더하면 더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교한 이후엔, 초등학교 운동장은 나만의 전용 운동장으로 용도 자체가 바뀌었다.
천천히 걷거나 뛰기를 반복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릴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즐기며 그곳을 차츰 나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때론 음량을 최대로 해서 유튜브를 보거나, 요즘 유행하는 최신 음악을 들었다. 그때만큼 걸그룹 최신 음악을 열심히 공부(?)했던 때도 없었던 거 같다. 가사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많이 즐겼으니까. 이 모든 게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가끔은 걸으면서, 동시에 친구들과 통화하며 한없이 수다를 떨기도 했고.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를 벗고 뛰었다. 그때만큼은 코로나가 끝난 기분을 미리 즐겨볼 수 있었다.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는 것도 정말 축복 그 자체였다.
운동하면서 노을이 천천히 지는 걸 마냥 바라볼 수 있기도 했다.
밤에는 솔직히 무서웠다. 사람이 없으니깐. 그래도 그 순간조차도 예쁜 곳이었다. 꽤 어둡다 보니 수많은 별로 가득한 하늘도 혼자 즐길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으론 남길 수 없었다. 나 혼자 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잘 찍히지 않더라……. 아쉬울 따름이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벚꽃이 한가득했던 그곳!
덕분에, 중증 확찐자에서 확찐자 정도로 호전(?)될 수 있었지만, 잠깐씩 숨 돌리면서 코로나19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나만의 숨겨진 장소였다는 것에 더 의의가 있다.
나의 전용 운동장! 이젠 떠나버린 그곳…….
그곳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에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잘 버틸 수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