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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Oct 21. 2022

나의 전용 운동장

 2020년, 2021년, 2022년! 우리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다. 그 당시 사람 간의 만남을 강제로 피하는 건 물론이고, 여러 요인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점철되던 때였던 거 기억나는가? 굳이 말 안 해도 잘 알 거다. 잊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으니깐.

 그때 각자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 있었을 테다. 누군가에겐 게임이 하나의 방법이었으며, 어떤 이에겐 집에서 먹는 배달 음식이나 술 한 잔이 힐링 요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헬스장에 가는 게 부담스러웠던 이들도 많았기에, 집에서 하는 운동인 홈트도 그 방안 중 하나였을 테고.     

고통 / 출처, Pixabay

 코로나19 당시, 나의 주된 힐링 방법은 먹는 거였다. 먹고 또 먹고, 반복해서 섭취했다. 치킨, 족발과 같은 기름진 음식부터 소주, 맥주 등의 다양한 종류의 술까지! 하필이면 헬스장 가는 것조차 두려웠기에, 운동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확진자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확‘찐’자가 되는 게 어쩌면 더 빠를지 모른다고.      

확찐자 / 출처, 구글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홈트도 하긴 했다만, 무엇보다 나는 마냥 뛰고 싶었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매일 10km 이상 뛸 정도로, 유산소를 좋아했기에! 생각해보니, 다람쥐 쳇바퀴 같은 기계 위보다 더 괜찮은 곳이 존재했다. 심지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때,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던 거다.     


 바로,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내가 지내던 곳에서 5분만 걸어가면 있는 그곳!     

상사초등학교의 밤

 보건지소 근무 끝난 이후엔, 동네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물며 초등학교는 더하면 더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교한 이후엔, 초등학교 운동장은 나만의 전용 운동장으로 용도 자체가 바뀌었다.     


 천천히 걷거나 뛰기를 반복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릴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즐기며 그곳을 차츰 나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운동 / 출처, Pixabay

 때론 음량을 최대로 해서 유튜브를 보거나, 요즘 유행하는 최신 음악을 들었다. 그때만큼 걸그룹 최신 음악을 열심히 공부(?)했던 때도 없었던 거 같다. 가사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많이 즐겼으니까. 이 모든 게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가끔은 걸으면서, 동시에 친구들과 통화하며 한없이 수다를 떨기도 했고.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를 벗고 뛰었다. 그때만큼은 코로나가 끝난 기분을 미리 즐겨볼 수 있었다.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는 것도 정말 축복 그 자체였다.     


 운동하면서 노을이 천천히 지는 걸 마냥 바라볼 수 있기도 했다.     

상사초등학교에서 바라보는 노을

 밤에는 솔직히 무서웠다. 사람이 없으니깐. 그래도 그 순간조차도 예쁜 곳이었다. 꽤 어둡다 보니 수많은 별로 가득한 하늘도 혼자 즐길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으론 남길 수 없었다. 나 혼자 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잘 찍히지 않더라……. 아쉬울 따름이다.     

밤, 그리고 별 / 출처, Pixabay

 봄이 되면 아름다운 벚꽃이 한가득했던 그곳!     

상사초등학교의 벚꽃

 덕분에, 중증 확찐자에서 확찐자 정도로 호전(?)될 수 있었지만, 잠깐씩 숨 돌리면서 코로나19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나만의 숨겨진 장소였다는 것에 더 의의가 있다.      


 나의 전용 운동장! 이젠 떠나버린 그곳…….

 그곳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에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잘 버틸 수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상사초등학교 입구 / 출처, 김인곤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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