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를 끝냈는지 궁금하죠? 바로 말씀드릴게요. 정답은 병원 인턴입니다. 길고 길었던 10개월의 과정이 끝에 도달했습니다. 2022년 4월 군대 제대로, 다른 인턴들에 비해 2개월이나 짧은 생활을 보냈지만, 마냥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울고 싶기도 했고요.
넷플릭스의 예능 [피지컬 100] 아시나요? 저는 3일 만에 몰아볼 만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인상적이었죠. 지금 당장 헬스장에 가야 할 거 같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더라고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분들이 꽤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것 말고도 느꼈던 바들이 많습니다. 특히, 팀 전을 시청할 때 말이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 미리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라운드의 이야기입니다. 약체로 분류되었던 장은실 팀은 강팀으로 예상되었던 남경진 팀에게 지목되어 대결하게 되죠. 대부분의 사람은 남경진 팀이 이기리라 여깁니다. 에이스 중의 에이스만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장은실 팀의 승리로 게임은 마무리됩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요? 바로 적절한 팀워크 때문입니다. 모래 모아서 이를 옮기고, 미션을 위해 건너갈 다리를 만드는 등 모든 업무를 철저히 분업화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덕택에, 수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나왔던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냐고요? 인턴 과정 때도,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같이 하는 게 더 빠르잖아. 도와줄게!”라며 수많은 환자의 드레싱을 같이 해줬던 S형. “처음에 나도 어려웠어. 다시 한 번 더 보여줄게. 내가 하는 거 옆에서 잘 봐!” 술기에 실패해 멘탈이 와르르 무너진 저를 다독여주고, 귀찮을 건데도 같은 걸 반복해서 친절하게 알려준 J 형도 생각납니다. “원래 이거 되게 어려운 거야. 이번엔 내가 해 볼게.”라며 잘되지 않는 어려운 업무를 같이 해결해 준 C 형도 잊지 못하겠군요. 그 이외에도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같이 해쳐나갔던 동생들이 떠오릅니다.
당직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니 “힘들지? 쉬엄쉬엄해.”라며 위로의 말과 함께 커피 한 잔 사준, 학창 시절 동기였던 레지던트 형. 그 커피 덕분에 그날 정말 힘 났습니다. “인턴 선생님, 내과 의국으로 오세요.” 청천벽력(?) 같은 레지던트 선생님의 호출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혼날 각오를 하며 뛰어 가보니, 금방 도착한 따끈따끈한 치킨을 나눠 먹자는 착한 H 형. 치킨 사주는 사람이 제일 최고입니다. 커피 한 잔 사다 준다더니, 돌체라떼, 레몬에이드, 빵과 샌드위치까지! 3~4인분 이상을 선물해주면서 오늘 당직도 힘내라고 말하는 S 간호사 선생님, 고마웠어요.
내가 맡은 일이 생각만큼 잘 해결되지 않아 기가 죽는 순간들도 있었죠. 그때마다 버티라고 해낼 수 있다고 지지해주며 도와주는 등 플랜카드까지 붙여놓은 수준의 응원 덕분에 어떻게든 끝에 다다랐습니다.
2022년 5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의 인턴 과정을 수료하고 레지던트 과정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건, “우리”라는 팀 덕분입니다. 나 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하죠. 그렇다고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나와 함께 할 동료들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제 곁엔 그런 동기들이 있었네요. 예능 [피지컬 100]이 부럽지 않은 우리들만의 팀워크로 고된 순간들을 잘 넘겼습니다.
부족하기 그지없던 저를 도와준 동료들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의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