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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Apr 21. 2024

제목을 잃어버린 일본 영화

한국에 와서 제목이 바뀐 일본영화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일본 드라마 중에 오구리 슌 배우, 시바사키 코우 배우 주연의 '노부나가 콘체르토'라는 작품이 있다. 원작은 동명의 만화로 고교생이 전국시대에 떨어져서 오다 노부나가의 대역이 된다는 내용의 작품인데, 일본에서는 꽤 성공한 작품으로 드라마로 성공해서 극장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극장판이 왓챠 같은 OTT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신장의 야망'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신장의 야망은 삼국지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 제작사 코에이에서 만든 전국시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198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신작이 나오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꽤 예전에 소개되었는데 '노부나가의 야망'이라는 이름보다는 信長の野望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읽어서 '신장의 야망'이라고 더 많이 불렀다. 풍신수길이나 이등박문 처럼 일본 이름을 한자 발음 그대로 읽는 게 더 익숙했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래서 노부나가 콘체르토(광시곡이라고 쓰고 콘체르토라고 읽는다.)를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신장의 야망'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신장의 야망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원래 영화 제목이 비디오나 VOD로 풀리면서 이름이 바뀌는 일은 꽤 잦은 일이지만, 특히 일본 B급 액션 영화의 경우에는 제목으로 낚시를 할 목적으로 기상천외한 제목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킬러는 메이드 사마'라는 작품도 그런데, 원제인 '베이비 왈큐레'라는 느낌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영화 중간에 메이드 카페가 잠깐 등장하기는 하지만 제목으로 내세울 정도의 비중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일본 만화인 '회장님은 메이드 사마'에서 따왔다는 의심만 들뿐이다.

문제는 이 '킬러는 메이드 사마'가 B급 액션영화로 대박을 쳤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후속작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킬러는 메이드 사마 2'라고 가져오지 못했다.

'베이비 왈큐레 2 베이비'라는 제목은 '귀여운 그녀들은 잔인한 킬러'라는 제목으로 가져와서 이 작품이 '킬러는 메이드 사마'의 후속작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귀여운 그녀들은 잔인한 킬러'라는 제목은 '킬러는 메이드 사마'보다는 원래 영화 내용을 잘 묘사한 제목이기는 하다.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 B급 액션영화의 신기원을 기록한 작품이라 좀 이상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대단함은 2024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3편을 찍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3편은 과연 어떤 제목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인가.... '귀여운 그녀들은 잔인한 킬러 2'라는 제목으로 들어올지도?

'베이비 왈큐레'시리즈는 사카모토 유고 감독의 전작 '야쿠자 어쌔신'에서 인상 깊게 등장했던 두 여고생 킬러를 모델로 독립된 작품으로 찍은 것인데. 사카모토 유고 감독의 전작인 '어느 용무원'은 한국에 들어올 때는 야쿠자 어쌔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래도 '킬러는 메이드 사마'에 비하면 '야쿠자 어쌔신'은 꽤 영화 내용을 묘사한 제목이다.


일본 B급 액션 영화는 한국에 소개될 때 원래 제목 그대로 오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원작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일본 사무라이 영화다.

'무사 400 VS 1'의 원제는 '쿠루이무사시'로 미친 무사시 정도의 뜻일 텐데, 일본의 전설적인 검호 미야모도 무사시가 요시오카 도장이 동원한 400명의 무사와 싸우는 영화로 러닝 타임이 91분인데 그중에 77분이 원컷 칼싸움 장면으로 구성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쿠루이무사시'보다는 '무사 400 VS 1'이 원래 내용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렇게 일본 사무라이 영화는 무사나 사무라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것이 영화로도 히트한 일본 만화 '바람의 검심'이 아닐까 싶다. 바람의 검 신선조 등등 바람의 검심의 이름을 딴 사무라이 영화가 많지만, 정말 대단한 제목이 바로 '사무라이 검신'이 아닐까 싶다.

'사무라이 검신'의 원제는 '사무라이 마라톤'이다. 제목 그대로 일본 마라톤의 발상이라고 하는 안세이 원족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안세이 원족은 1855년(안세이 2년) 아나카번(지금의 군마현) 번주가 체력 단련을 목적으로 휘하의 사무라이들의 달리기를 겨루게 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좀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라. '사무라이 검신'이라는 제목도 '사무라이 VS 암살단 명예를 건 결투가 시작된다!' 소개도 이 영화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사무라이 VS 암살단'이라는 설명이 100%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재밌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이렇게 바람의 검심의 영향을 이상하게 받은 제목을 갖게 된 것은 이 영화의 주연이 대 히트한 영화판 '바람의 검심'의 주연인 '사토 타케루' 배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사무라이 검신(검심도 아니고)라는 제목보다는 원제는 '사무라이 마라톤'쪽이 더 흥미를 끌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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