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쌀가루에 미나리-파 얹어 새싹돋는 초봄이 더 맛나
예부터 우리나라 음식은 양념의 쓰임새에 그 맛이 좌우되었다. 이 양념중 가장 중요한 파를 이용한 「파전」이 東萊(동래)의 명물이다.
東菜(동래)구청과 개울을 끼고 나란히 한 조그마한 제일식당의 주인이며 요리장인 싹싹한할머니 李允善(이윤선)씨(62)가 그 맛을 내는 장본인.
숯불에 달군 철판에 반죽한 멥쌀가루를 떠놓고 그위에 연한 미나리와 파를 얹어 꼭꼭 다진후에 機張(기장)의 홍합과 石花(석화), 쇠고기를 얹어 조금 익혀 다시 그위에 맵쌀가루 반죽을 끼얹고 토종닭이 낳은 달걀을 뿌려 파전을 만들고 있다.
이 할머니가 40년동안 만들어온 파전의 맞은편 입구에 붙여놓은 19살때 찍었다는 미모의 사진과 함께 단골손님들의 흥미를 돋우고있다.
파전은 예부터경상도 지방에서 전해온 것으로 晋州(진주)를 으뜸으로 쳐왔으나 요즘은 東菜(동래)가 그 맥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파전에 쓰이는 파는 옛날에 密陽(밀양)것을 쳤고 미나리는 彦陽(언양)것을 쳤으나 요즘은 機張(기장)파와 東菜(동래)미나리를친다. 파전의 진미는 1월부터 3월까지. 파와 미나리가 파릇파릇 새싹이 돋을때 감칠만 나는 파전을 먼곳에서 찾아온 반가운 친구에게 대접하는것이 세상사는 낙이라고 이지방의 수필가 朴文夏(박문하)씨는 말한다.
흰머리 가지런히 누운 파사이에 미나리가 파릇하게 뉘어지고 지글지글 기름이 끓어 노릿하게 구워지도록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던 고객들은 간장이나 초집에 살짝찍어 게눈감추듯 대여섯장씩 해치우곤 한다.
수필가 박씨는 언젠가 서울에서 아동문학가 金英一(김영일)씨가 내려 왔을 때 오후3시 차표를 사 두었으나 파전맛에 흘려 하룻밤을 더묵어 간적이 있다고 전한다.
<부산=최종호 기자> 조선일보 1973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