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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Dec 19. 2024

현장 관리자? 그게 뭐 그리 어렵나요? (반장일지 8)

관리자 키우기

시골읍에 목재상이 있었다. 그 목재상은 규모가 꽤나 컸고 직원들도 서너 명은 되었다. 사장은 두 개의 업체를 가지고 있었다. 한 곳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었고 시골 목재상은 직원을 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시골 목재상이 자신이 운영하는 곳보다 수익을 많이 냈다. 가만히 지켜보니 시골 목재상 쪽에 직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곳의 최고 관리자는 얄미울 만치 목재소를 비우고 싸돌아 다녔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사장은 곰곰이 생각했다. 관리인을 퇴직시키고 자신이 직접 운영하면 남을 이익에 대해 계산했다.


일단 관리인에게 지급되던 급여가 남았다. 또 관리인은 허구한 날 목재소를 비우고 돌아다니며 놀고 있으니 사장이 직접 목재소를 지키면서 운영을 하면 목재소에 상주하는 직원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맨날 싸돌아 다니면서 일도 안 하는 저 사람을 자르고 내가 직접 운영을 해야겠어."

사장은 드디어 결정을 했다.  관리인을 퇴직시키고 자신이 직접 목재소에 거주했다. 장부도 꼼꼼히 기록하고 물건 정리도 기가 막히게 잘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눈에 모든 것이 파악되고 있어서 물 샐 틈 없이 낭비도 줄여가고 있었다. 모든 게 잘 진행되어 가는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재소의 분위기가 변했다. 활기 넘치던 일꾼들이 말이 없어졌다. 형, 동생 하면서 수도 없이 드나들던 손님들도 점 점 줄어들었다. 매출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인건비를 아끼고 쓸데없는 낭비를 줄여 보려고 직접 경영에 나섰던 사장은 당황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사업이 줄어드는 거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옆가게 사장에게 물었다.

"저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사업이 점점 안될까요?" 옆집 주인이 말했다.

"객관적으로 사장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보셔요.  존재감 만으로도 사업을  잘 키우는 직원을 두겠어요? 아니면 자기 몸은 부서져라 일을 하는데 사업을 지지부진 후퇴하게 하는  있는 직원을 두겠어요.?" 사장은 그제야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다.  

"전의 관리자는 일을 안 했던 게 아니구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관리하고 있었구나."



요즘 우리 현장에 관리자가 부족하다. 광고를 내놓고 면접도 보고 있다. 인원이 부족하니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관리 영역이 넓어져서 관리자들이  버거워할 때도 있다. 주임님 한 분이 묻는다.

"반장님! 우리는 왜 관리자를 안 뽑아요? 요즘 힘들어요. 외부에서 뽑지 말고 내부의 저 친구를 올리면 어때요?"

나는 문득 어렸을 때 들었던 시골  목재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팀을 구성하고 있는 관리자들 중에서 팀의 부족함을 채워줄 관리자는 어떤 영역의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인력은 몸 바쳐 일하는 사람보다는 들여다보고 이끌어 나갈 사람이 필요해. 그 친구 성실하고 열심히 일 하는 건 알지. 그런데 자기 일만 하고 있으면 관리는 누가 하지? 시간을 두고 가르쳐 봅시다. 사람을 키우는 데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해. 그때 관리자로 올립시다."

 내 말에 주임님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맞아요. 관리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관리가 진짜 섬세한 영역이라고 느꼈거든요. 업무적 능력도 탁월해야 하고, 직원들 감정도 살펴야 하고, 단호한 결정을 할 때도 많고, 작업지시를 할 수 있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더라고요."  


현장 관리자라는 게  따지면 별게 없다. 작업지시서 잘 보고 지시서 대로 납기에 맞춰 생산만 잘해 주면 된다.  그런데 그 작업을 진행하려면 몇 가지 따라붙는 계산들이 있다. 인원 배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편리와 안정감을  줘야 한다. 회사에는 적절한 인원 배치로 인건비를 아끼는 이익을 줘야 한다. 또한, 타 부서와 소통을 수도 없이 한다. 생산을 하다 보면 생겨나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생산 단독의 결정보다는 각 팀들과의 공유와 협조가 얽혀 있다. 생산의 결정이 타 팀들에게는 신뢰를 주어야 하고, 타 팀들과의 유연한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빠른 공유와 협조가 납기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나도 제조공정에는 경력이 있으니  완벽한 듯 의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매일이 긴장 상태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작업지시서를 분석하고 인원에 대해 생각한다. 공유를 해야 하는 내용 정리를 하고 실수 없는 생산을 위해 점검해야 할 포인트를 메모하고 지시한다. 매일  꾸준히 관리되어야 하는 제품에 대한 인식 교육과 현장관리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매일이 제조 공부의 연속이다. 매일이 생산 성과의 결과에 민감하다. 생산 중 이변이 생길 때마다 빠르게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기도 하다.  


현장 관리자 이 자리가 은근히 임기응변에 강해야 한다. 은근히 끈질긴 실천력을 필요로 한다.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는 인격과 담대함도 있어야 한다. 업무분석에는 누구보다 탁월해야 한다. 노무비가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쉽게 관리자 선정을 하기는 어렵다. 기회를 주고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인성과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키우기가 쉽지 많은 않다. 오늘 문득 어렸을 때 아버지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시골 목재상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요즘 내가 회사 입장의 관리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서였나 보다. 질문했던 후배를 보면서 나는 맘속으로 말한다.

 "좋은 관리자가 되기 위해 나도 사실은 계속 배우는 중이야~~"


샐러드와 타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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