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상을 받다.
회사 입구에 이마트 ESG경영대상 상패가 걸려 있다. 많은 이가 무심히 지나갈 상패이지만 나에게는 동료들의 섬섬옥수가 박힌 상으로 보여서 뭉클하다. 동료들이 수도 없이 움직여서 만들어낸 상이라서 귀하다. 상패 주변에 동료들의 모습이 겹쳐지고 동료들은 봉긋봉긋 꽃송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출 퇴근길마다 상패를 보면 가슴이 뻐근하게 뿌듯해진다. 내가 이런 기분을 말하면 환갑 지난 친구들이 한마디 한다.
"자네가 그 회사 대표여? 무슨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직장을 다녀? 급여를 다른 동료들 몰래 수 백 만원씩 더 받아?"
그러게 나는 대표도 아니고 그저 제조 시급으로 월급 받는 직원인데 이런 결과와 과정 하나하나가 왜 이리 소중한지 모르겠다.
이마트에는 수천 개의 협력 업체가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 중에서 식품 쪽에서 단 한 곳만 ESG 경영 대상을 준다. 1년에 단 한 곳에만 주는 상이다. 제품에 대한 품질을 인정하며 매출과 이마트 회사 정책에 관한 기여도 등이 평가 대상이라고 한다. 상을 받게 되었다고 발표한 다음날 대표님은 현장 반장인 나를 호출했다.
"반장님 우리 회사가 상을 받게 됐어요. 그런데 이 상은 생산이 잘해서 받은 상입니다. 시상식에 반장님께서 가세요."
"에구 대표님 뭔 말씀 이래유. 대표님께서 가셔야지." 나는 손사래를 쳤다.
잠시 생각하다가
"음~~우리 식구들이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보람이 있네요. 마음은 아픈데 그래도 상을 받았으니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나는 울컥해서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같이 있던 팀장님, 대표님도 눈가에 이슬이 촉촉이 맺혔다.
우리 회사는 이마트에 다양한 샐러드를 공급하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공훈을 세운 제품은 파티팩 랩 샐러드다.하지만 파티팩 랩 샐러드의 생산에는 사연이 있다. 파티팩 랩 샐러드 출시를 앞두고 현장은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랩을 손으로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랩을 만드는 방식은 김밥을 말 때와 비슷했지만, 모양이 조금 달랐다.또띠아 위에 신선한 야채와 메인 토핑을 얹고 손으로 말아야 했는데, 자동화 기계를 찾아봐도 신선한 야채를 추스를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실제 상황처럼 인원을 정비하고, 시간 안에 수량을 맞춰내는 연습을 진행했다.다행히 동료들의 습득 능력이 빨라 금방 익숙해졌다.
하루 종일 8시간 동안 랩을 만드는 작업은 손목에 엄청난 무리를 주었다.랩의 양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퇴사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신경도 날카로워졌다.일이 많아질수록 자동화가 없는 공정은 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자동화 장비를 찾아봐도, 아직 국내에는 랩을 자동으로 만드는 장비는 없었다. 김밥 자동화 기계는 많았지만, 랩 자동화 기계는 찾을 수 없었다.그래서 전담팀이 꾸려져 랩 자동화 설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루 종일 정보를 찾아봐도, 랩 자동화 기계는 없었다. 개발을 하려면 개발비 투자가 필요하고, 개발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은 시장에 나가야 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자동화 장비를 마련하지 못한 채 랩은 생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웠다. 왜 자신만 하루종일 랩을 말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도 쌓여갔다. 교대 근무를 시행해야 했다. 랩을 마는 사람들이 교체될 때마다 생산수량의 차이와 제품의 수준이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랩을 마는 능력들이 탁월해지고 있었다. 숙련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샐러드 랩의 형태가 예뻐지고 손목에 근육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손목과 손바닥 귀퉁이에도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하면서 아픔은 사라져 갔다. 새로운 일 근육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몸은 망가지고 제품은 좋아지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생산 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제품의 질도 훨씬 높아졌다.
그 사이 커팅의 자동화가 이뤄졌고 손을 아프게 했던 유산지의 사이즈와 두께가 얇아졌다. 인원 배치도 점점 효율성을 띠게 되었고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2천 개로 시작해서 열 배인 2만 개로 수량이 증가해도 별 일 아니라는 듯 해결하기 시작했다. 자동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서 곧 실행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
신제품 대량 생산에는 폭풍같이 몰아치는 납기와 수량의 압박이 있다. 그때마다 참으로 잘 해결해 내는 우리 동료들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강한 어머니들이 많아서일까? 장한 동료들이 많아서일까? 그렇다면 나는 강한 동료가 되어 볼까? 즐기는 자를 이길수 없다 했으니 이 일을 끝까지 즐겨 보려한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글자를 매일 아침 구호처럼 외치면서
"오늘은 재밌게 내일은 설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