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스쾃 (근육일지 3)

by 파인트리

"선생님, 저는 오늘 PT수업 못 가게 생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운동을 가려고 약속을 하고서도 못 가는 이유가 생기기를 기다린 것처럼 후루룩 톡을 보냈습니다.

"회원님, 오늘 집에서 스쾃 100개 하고 주무세요." 에구 선생님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집에서라도 운동을 하라고 하니까 괜히 서운하고 부담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빠져야 했거든요. 퇴근을 하려는데 후배관리자가 부탁을 해 왔습니다.

"팀장님, 라인 하나가 분열조짐이 있어요. 한번 만나셔서 분위기 좀 잡아 주세요. 모두 서로 퇴사한다고 난리예요" 아마도 상황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사소한 오해가 분쟁을 일으켰을 것이고 서로 편이 갈려서 분열이 일어났을 것이라 짐작은 되었습니다. 나는 후배 관리자를 보면서

"상황이 급한겨?"하고 물었습니다. 후배는 "지금 감정들이 극에 달해서 바로 치유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합니다.

"이제 주임님들이 사람 마음 관리도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내 질문에 후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아직은~~" 말꼬리를 흐립니다.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고반장의 자세로 또 한 번 나서 줘야지 말입니다. 핑계 삼아 PT수업도 빼먹습니다. 오늘은 운동을 거르는 대신에 감정의 근육을 단련하러 가야겠네요.


어영부영 팀장이라 불린 지 두어 달이 넘어갑니다. 갑작스레 받은 발령이라 두어 달 내내 인수 인계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지요. 막상 현장을 떠나 오니까 눈에 밟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둘러봐야 하는 현장의 구석구석은 누가 살필 것이며,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식품의 위해요소 관리들은 누구의 눈으로 잡아내게 할지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지적되는 점검표도 내가 없으니까 이러나? 싶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관리가 안되었다고 지적되는 부분들이 제대로 물려주지 못한 내 탓인 것 마냥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거기다가 자잘한 분쟁으로 마음 상한 동료들은 누가 달래줄까요? 농담과 함께 등이라도 툭 쳐 주면서 기운 나게 해 주면 바로 풀려버리는 비결을 후배 관리자들은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후배들은 잘하고 있습니다. 현장 쪽으로는 눈을 꽉 감아야 하는데 전직함 반장의 오지라퍼 관심은 쉽게 끝이 나질 않습니다.


잘한다고 큰소리치는 후배들에게는 "그래 잘하고 있다."라고 격려를 하면서도 '아이고 이런 것도 챙겨주지.'하고 속으로 아쉬워했습니다. 타 팀들과 언쟁을 높이는 과정을 보면서는 "책임감이 강해서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거다 이해해 줘라"라고 타 팀을 달래 놓고 우리 후배들에게는 "그럴 때는 이렇게 대응하면 어떻겠냐?"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생겨나는 문제들을 조율을 해보려고 하면 생산팀의 후배들은 "팀장님은 이제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나를 탓하고 타 팀들은 "그래도 팀장님이 좀 조율을 해주셔요."라고 나에게 의뢰를 해 옵니다.


그런데다가 나는 나의 일을 해야 합니다. 벌써 한 분기의 마감이 되어 오는데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거든요. 현장을 스마트화하라는 대표님의 특명을 채우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계획은 있어도 실천까지 이끌어 내기는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런데도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가능하면 자동화와 연결을 시켜 봐야 합니다. 기계라고는 그저 부서지면 대충 때려 맞춰서 고치는 정도의 수준인 내가 제조 자동화 설비 라니요. 사실 자동화에 대해서 알아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모터동력으로 무엇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해도 다른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테스트조차 어렵더라고요. 타 팀의 힘을 빌리는 노력 또한 팀장의 근육 단련에 필요한 수련이겠지만요.


상상력은 풍부해서 기이한 생각은 많은데 실천은 쉽지 않아요. 겨우겨우 얕은지식을 들키지 않으려고 박람회 찾아다니면서 눈으로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라는 주제로 책을보고 유튜브를 아무리 보아도 태생이 문과인 나에게는 어려운 주제입니다.


몸의 근육은 헬스장에서 쌓이지만, 팀장의 근육은 불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몸에는 근육통이 오지만, 마음은 불안 속에서 ‘감정통’을 겪습니다. 스쾃 100개보다 무거운 건, 나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과 맘대로 쌓이지 않는 실적의 부담인 거 같아요. 생산팀도 건재하게 잘 지켜내야 하고, 나의 일도 잘 해내야 하는 팀장의 고민은 해결이 없으니 계속됩니다. 오늘도 불안을 떨치려고 하나에 경청, 둘에 질문, 계속되는 감정스쾃와 함께 팀장의 근육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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