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왔다. 작은 포장지에 싸인 상자를 펼치니 젤리가 들어있다. 한 개를 입에 넣으니 새콤 달콤하다. 큰아이의 간식인 젤리 과자인가 싶었다. 책을 보면서 한 개 두 개 자꾸 먹게 되었다. 대여섯 개쯤 먹다가 한 개씩 낱개로 포장되어있는 게 신기했다. 무슨 과자가 이렇게 낱개로 포장이 되어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니 영양제다. `ㄷ'제약에서 새로 나온 어린이 영양제였다. 칼슘도 있고 종합비타민도 있고 비타민 D도 있다. 사용량이 1일 1 정이다. 어린이 영양제를 한꺼번에 여섯 개 먹은 것이다. 퇴근한 큰아이는 놀랐다.
"엄마 그거 내가 우리 반 아이들 주려고 산 건데~"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힘이 불끈불끈 난다. 심장은 갑자기 벌렁 거리고 정신은 또렷하다. 다음날을 위해서 잠을 자려고 발버둥을 쳐도 잠이 들지 않았다. 점점 더 영혼까지 맑아지는 듯했다. 나의 잠자는 습관은 침대에 누운 지 5초 안에 잠들어서 5시간을 내리 푹 잔다. 그래야 개운하다. 물론 자는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잘 모른다. 코 고는 소리도 잘 모르고 심지어 텔레비전을 켜놓아야 안심이 될 정도로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도 없다. 잠이 안 들어서 침대에서 발버둥을 치는 일은 더구나 나에게는 없었던 일이었다. 하릴없이 취침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수 백 마리의 양을 세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잠자기를 포기하고 책을 보았다. 뜬눈으로 아침을 맞고 출근시간이 다가와 버렸다.
잠을 못 자고 출근을 했으니 마음이 불안했다. 실수를 할까 봐 잔뜩 긴장을 하고 일에 집중했다. 유난히 바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불면의 밤을 보낸 몸이 아니었다. 힘이 넘쳐났다. 전혀 졸리지도 않았다. 에너자이저 건전지가 내 몸 안에 들어가 있는듯했다. 1층에서 3층까지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도 몸이 가뿐했다. 평소 관절이 안 좋아서 힘들어하던 계단이었다. 그날따라 현장을 돌아다녀서 2만보를 넘게 걸었어도 퇴근할 때까지도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갑자기 내 몸이 청년이 된듯했다. 어린이 영양제 여섯 개의 힘은 막강했다. 여섯 개 젤리의 모양이 모두 코뿔소였는데 나는 코뿔소 여섯 마리를 잡아먹은 양 힘이 남아돌았다. 너무 멀쩡해서 퇴근을 하려니 아쉽기까지 했다.
나이가 60이 다 되어가니 몸이 삐그덕거렸다. 관절이 아프고 눈도 침침하다. 오후만 되면 몸이 천근만근 늘어진다. 열심히 걷다 보면 숨도 찬다. 직장에서 나이 먹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힘을 몰아서 써 버리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가끔은 몸에도 기름을 치고 영양제를 주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실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영양제를 의지할 생각은 없었다.
어린이 영양제의 막강한 힘을 경험하고 난 뒤, 나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선물로 받았지만 포장도 뜯지 않고 있던 여러 가지 영양제들을 펼쳐 놓았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꼼꼼히 읽어보았다. 뼈에 좋고 눈에 좋고 간에 좋고 기타 등등 설명도 다양하다. 종합 비타민 한 병을 골랐다. 기다란 설명서의 내용으로는 만병통치약이다. 이 영양제로 힘을 비축해 보리라 생각했다. 이러다 무소의 뿔 대신 코뿔소처럼 나아가게 되는 건 아닌지. 혹여 영양제 덕분에 잠 못 드는 밤만 늘어나는 건 아닌지. 쓸데없이 근심만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