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인트리 Feb 11. 2022

대륙의 여자

사랑스러운 여인 이야기

  

그녀의 외모는 작고 당당하다. 귀여운 눈매에 똘똘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 얼굴엔 항상 웃음꽃이 피어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대륙의 여자다. 그녀는 조선족이다. 직장 동료이자 내 평생 처음으로 만난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다.  1년 가까이 지내는 동안 나는 점점 그녀에게 빠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온 지 십여 년이 지났건만 그녀의 말투는 아직 중국 본토에서의 억양이 남아있다. 그 억양이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사투리처럼 귀에 익숙하고 다정하다. 일을 하다가 간혹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그녀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중재를 한다. 그녀 특유의 억양과 사용하는 단어들의 절묘함이 살벌했던 분위기를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 그녀의 그런 시기적절한 말솜씨가 기가 막히게 좋아서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감동을 한다. 내가 부러워하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언어 사용법이다.  특유의 억양과 감칠맛 나는 목소리가 내는 분위기는 어떻게 문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피천득 님이 인연에서 유머도 사람을 관찰해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시더니 그녀가 바로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동료들 개개인의 특성과 성품을 잘 이해하고  덕담 같은 유머를 사용하니 듣는 이들 모두가 즐거워한다.  

  

출근길, 그녀의 양손에는 항상 무엇인가가 들려있다. 동료들이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 오는 것이다.  “같이 먹어야 즐겁잖아요.” 하면서 간식 한상을 뚝딱 펼쳐놓는다. 준비하고 챙겨 오려면 얼마나 번거로울까 싶어 걱정도 된다. 하지만 모두가 즐겁게 먹고 행복하면 그것이 너무나 좋다 하니 그녀를 더 이상 말릴 수도 없다. 김장을 했다고 회사 구내식당 밥이 있음에도 보쌈 파티를 준비하는가 하면, 직장 일이 지루하고 힘들까 봐 비빔밥 파티를 기꺼이 준비해온다. 20여 명이 먹을 나물을 준비하느라 새벽잠을 포기했을 그녀의 정성이 고마워서 동료들은 커다란 양푼에 붙은 밥알을 한 톨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먹어줬다.     



그녀는 자신이 해피 바이러스라고 한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건 해주고 싶단다. 그녀가 기꺼이 준비하고, 그것을 받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녀 자신이 더욱더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이왕에 하는 일 재밌게 하자고 분위기를 띄우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가 도와주자고 거침없이 제안을 한다. 궂은일이라 다들 피해도 그녀는 두 팔을 걷어 부치고 “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하고 나를 쳐다본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고마운 사람이다. 그녀 덕분에 직장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모가 난 사람도 그녀의 유머 속에 녹아서 어느새 둥글둥글 같이 굴러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와서 적응하고 직장생활을 하는데 어찌 어려움이 없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먼저 행복 바이러스를 투입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위해 제대로 된 처방을 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행복해지니 주변도 저절로 행복이 전파되고 있는 듯했다. 꾸며서 보이는 모습은 금방 탄로 나기 마련이다. 몸에 익숙해진 모습은 보는 이가 저절로 감동을 하게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행복과 유머가 적당한 선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멋있다. 체구는 너무 작아서 안아주고 싶게 생겼는데 마음의 크기는 가늠할 길이 없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끊임없이 솟아 나오는듯하다. 그녀에게 라면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와 함께라면 어떤 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베푸는 넉넉한 마음이 너무 예쁘다. 

 “세상에 어려운 건 없어요. 풀면 돼요. 안 되는 건 방법을 찾으면 돼요.”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의 큰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이전 05화 쉰아홉 살의 버킷리스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