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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Mar 07. 2016

저는 사진가입니다

사진도 찍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너무나도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저의 직업을 사진가라고 소개할때마다 비슷한 반응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가라고 활동하는 분들도 많고, 그냥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도 본인들을 사진가라고 부르길 서슴치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가 사진가라고 자신을 소개해도 대부분 “아 사진 찍는걸 무척 좋아하는 분인가 보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입니다. “그래 네 취미는 뭔지 알겠는데 너 진짜 하는 일은 뭔데? “ 하는 그런 표정이나 질문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저에게 다른 직업이나 일거리는 없으며 온건히 오직 사진가일뿐이라고 다시 한번 말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부분 놀라며 이 질문을 던집니다: 사진 찍어서 어떻게 돈을 벌어 먹고 사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사진가로 밥벌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입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그 사진의 질을 구분하는 사람들의 눈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사진을 하는 많은 분들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경제력을 이용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편안하게 사진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안해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사진가의 길을 가기로 했을때 저의 부모님도 그런 방향을 권하셨습니다. 아마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인생이 늘 그래왔듯이 저는 또 한번 미련한 선택을 했습니다. 오직 사진가로써의 제 모습에 이 삶을 걸어보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거기엔 제 나름의 미련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진가로써의 제 결과물에 저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사진이 부족한 이유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른 일로 돈을 벌고 있으니까, 그 일도 해야하니까 내가 원하는 사진을 다 할 수 없는거야.. 하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이를 악물고 죽을 힘을 다해서 사진에 제 모든 것을 걸고 싶었습니다. 온전히 사진가로써 제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어야 핑계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슬쩍 한발을 걸친채, 한쪽이 잘 안되면 다른쪽 핑계를 대며 이도저도 아니고 싶진 않았던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어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사진뿐 아니라 그 직업에도 실례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닌데 그냥 나는 사진을 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하는거야 하는 식으로 억지로 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너무나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그냥 돈이나 벌려고 하면서 어서 일 끝나고 사진이나 찍으러 갔으면 좋겠다 하는 식이라면 그 직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사진가라는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쉬이 대하는 사람들을 무척 싫어하는데요, 그러면서 정작 제 자신이 그런 식으로 일을 한다면 욕먹어도 할말없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사진가라는 저의 일에 대한 애정과 존중만큼, 타인의 일 또한 동일한 마음으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가입니다. 오직 사진가입니다.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줄 안다고, 멀티 플레이어인게 자랑인 시대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사진으로 어떻게 먹고살지를 고민하고 있으니 참으로 미련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사진 찍을 힘은 아직 가지고 있으니까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오직 사진가일뿐인 제 모습이 저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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