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싸운 후에는 상처주치 않기를, 용서를 구하기를

by 승환


우리가 싸운 날

내가 화를 내던 날

또 당신이 내게 체념하며 절규하던 날


나는 그제서야 알았소


시간이 지나고 또 계절이 바꿔고 다 흘러 흘러 감정의 찌꺼기들이 다 없어지는 줄만 알고 살았소


당신이 차리는 한 끼의 식사가

하루의 반나절

일주일의 절반

생명을 깎아 만든 것을

수없이 많은 분초를 쪼개어

내게 내어준 당신의 청춘인 것을

정말 몰랐소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 못해

찢어지고

갈가리 찢긴 마음이

방 한 켠 부엌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도

나는 보지 못하는 장님 이었소


당신 비명과 신음이

벽과 천장을 울리고

멀리멀리 저 강건너까지 퍼져 나가는데

나는 귀머거리라 멀뚱이 서서 웃고 있었소


나는 존자도 아니요

왕도 아니요

당신이 섬겨야 하는 주인도 아닌데

당신은 내게

존자라

왕이라

주인이라 하여 주었소


그래 그런 잘난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소?


아파도 인내하라

환생하라

예수의 십자가를 지워 주었소

비루하고 가난한 나의 속에 것

고작 오만한 나의 심장을

꺼내 보여주었을 뿐이오


진정 이런 내게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나의 어머니인가요

아니요 나는 당신의 아내일 뿐


당신은 나의 메시아이고 구원자요?

아니오 나는 당신의 사랑과 관심이 목마른 이요


당신은 나의 무엇이오?

아니오 나는 당신의 거울이고 당신의 속 안에 있는 사람이오


더 이상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는 당신에게

나는 무엇이오?


나는 당신의 속을 후벼 파는 칼날이고

시커먼 독을 내뿜는 두꺼비이고

비겁한 수컷.


당신이 없다면 내속을 다 게어내도 내 것인 게 아무것도 없는 나는 그냥 껍데기요


내 안에 빈 쭉정이 같은 허겁데기는 때마침 부는 바람에 멀리 날아가 버렸다


빈터에는

누가

누구를

언제

사랑했는지

아무도 물어주는 사람이 없다



고작 남자라는게 강자라는게 비겁하고 부끄럽다 아내와 싸운 후 매번 후회하고 반성한다

진짜 아직도 멀었다 좋은 남편 사랑이라는거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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