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예쁘고 서글픈
꽃이 피었다
사람의 잔등에
싹을 틔우더니
핏줄을 찾아 뿌리를 내리고
가슴을 더듬는다
기어코
심장을 훔치는 덩굴은
줄기를 길게 뻗어
눈을 찌른다
뽀얀 잎들이 눈을 가리고
코와 입을 숨 쉬지 못하게
얼굴을 덮고 있다
그제야
활짝 피우던 꽃은
말라비틀어진
고목에 내려와
다시 또 땅속으로
들어가
다시
나무가 된다
그 나무의 잔등에는
또 다른 싹을 틔우고 있다
몇천 년인지 모를
똑같은 운명을
애써 피하지 않고
우리는
우뚝 서 있는 나무가 되었다
전설처럼
전승되는 죄를
또 꽃 피우고 있다
아이가 없어서 일까요?
자식을 낳고 기르다 사그라드는 부모들이 꽃 한 송이 피우려 죽어가는 나무깉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말라가는 나무보다는 행복했을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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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올해도 찾아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