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람이 오지 않으면...)
봄이
오던지
말던지
누가 봐줄 이
하나 없다는
소이역에
게으른 꽃들이 나와
덜컹이는 철길에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든다.
기다리는 것은
하염없는 세월인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멀리 가는 봄인지.
소이역은
무슨 계절인지
의미가 없다.
기찻소리에 실려오던
그 많은 이야기들이
역사에 내려
기다림에 지쳐
고단함에 꾸벅이며
아직도 잠들고 있다는데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리던
그 많던 사연들은
골마지가 끼여
허옇게 동동 떠다니다
봄비에 다 씻겨 갔나 보다
소이역은
이름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이제 아무런
기척 없이 빈 역사에
벤치가 늙고 있다.
반 벙어리처럼
바람에도 놀라는
움찔거리는 나무들만
서있다.
기차는 다시 오지 않는데
끝맺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궁금해할지
나의 옛이야기도
소이역에
아직 기다리고 있을지
묻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