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도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지.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핸드폰을 켜들고 뉴스를 보다가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신음과 아픔을 입 밖으로 꺼내 놓기도 하지.
샤워를 하다 아내의 이름을,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기도 하지
"아 이거 때 봐라 때'
때로는 들어 줄이 없는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지.
날씨가 좋은 날 길을 나서며 햇살이 참 좋네라고 이야기하곤 슬쩍 곁눈질로 옆에는 아무도 없는걸 이제 개이치도 않고 바람이 시원하다 하지.
차를 몰고 나가면 내 앞을 가로지르는 앞차에 탄 젊은 놈에게 창문도 열지 않고 소리쳐 쌍욕을 하고 저주를 퍼붓곤 하지
그 욕설이 내 귓가에만 머물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을 주을 생각도 못하고 그렇게 그냥 잊어버리고 가지
옆에 누가 있어도 중얼거리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지
저녁밥을 물리며 차를 나누는 아내의 흰 손등이 아름답다 이야기하지 못하지
발등을 밟고 지나가도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지
힘들어 보이는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토닥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지
우물쭈물 입안에서 헹구다 마는 이야기들...
왜 중얼거리지도 못하지.
그래 우리는 중얼거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