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시인 시쓰기 숙제)
여름 말리기
비가 그치자
옥상이 섬처럼 떠오른다.
바다를 떠돌던 바람이 꽃을 싣고 돌아왔다.
뜨거운 8월의 입김을 견디고
바닷속 같은 장마를 지나
섬으로 쏟아지는 생명의 소리.
누웠던 사프란 줄기가 기지개를 켠다.
잔칫날 어깨춤 같은
꽃잎들의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9월 하늘은
구름이 물러가고
섬으로 물비늘이 떠오른다.
갈라진 바닥의 물비린내,
뚜껑 열린 장독의 골마지 냄새,
꿉꿉한 마음들이 짐짐하다.
채 마르지 못한 나는
솜이불처럼 무겁게 가라앉는다.
바람이 꼼지락거린다.
가을볕이 소곤히 다가오고 있다.
젖은 속옷처럼 여름을 벗는다
나는 껍질째 익어 간다.
뽀송한 여름을 줍는다.
덧붙이는 말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을 보냈습니다.
옆지기와 한참을 싸우기도 하였고 세상의 끝을 보는 듯한 허무함과 상실감도 있었습니다.
마음은 마음먹기 나름인데 내 마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은 늘 어지럽고 툭탁이며 미워하고 제 욕심만 가득합니다.
그런 저런 일들이 좀처럼 풀어질 길이 보이지 않고 여름은 재촉해도 가지않고 장마라는 구실로 떠나지 않아 마음을 흔듭니다. 올해는 유난스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눈 덮힌 산골처럼 여름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음습해지는 마음들 방향성이 없고 늘어지는 기분들이 여름 내내 따라붙었고, 어지럽고 화나는 일들에도 무감각해지고 살아가는 일들이 다 부질없고 시시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장마비가 내리면 두문불출 못하고 사람들은 폭풍에 갖힌 섬처럼 고립되고 외롭고 힘든 시절이라 상상하였습니다.
도시의 옥상에서는 띄엄 띄엄 머리를 내민 건물들의 꼭대기 또 다른 옥상들만이 보입니다. 그 옥상들은 남해의 어는 바닷가처럼 하나하나 늘어선 열도를 보는 듯 하기도 합니다.
내가 힘든 만큼 각자의 섬에서 묵묵히 견디어 내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장마가 끝나는 날 옥상에서 빛 좋은 하루, 묵혔고 움추렸던 마음을 말리고 보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고 작성했습니다.
어둡고 우울하게 우리 마음에 늘러 붙은 습들을 거두어 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고 인생을 살아가 보려 합니다.
(수정 전)
합평 후 첨삭되었습니다.
시쓰기 초보의 문제 과도한 수식과 부사 형용사의 과용이 지적되었고 한 편의 시에는 한가지 소재와 주제를 가급적 (능숙히 쓰는 시인도 있으나 초심자는 자제) 한가지를 쓸것, 시는 보여주는 것이고 설명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것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인 시도 있으나 사물이나 배경을 보고 충분히 묘사 상징하여 그려낼 것
사실 어렵습니다. 익숙치 않아 어렵고 아직 감을 잡지 못해서 이고 그만큼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아내는 관찰력이나 관조력이 어렵고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체득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무슨이야기를 할지 고민이 없이 그냥 묘사를 위한 묘사는 스케치정도로 남을 듯 합니다. 짧지만 오래 생각하고 사물을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무엇이 정확이 있어야 합니다.
보시는 분들은 전과 후가 달라진게 어떤지 피드백주심 감사하겠습니다. 또 실제 잘 쓰시거나 시인분들의 고언을 해주시면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