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시인 숙제 수정 1)
첫사랑이 내린다.
나의 연인은
들리지 않는 사랑의 밀어들을 쏟아내었다.
아이처럼 슬며시 손을 흔들고
소복이 쌓여간다.
두발로 꾹꾹 누른 듯
마음이 자꾸 밑으로만 내려간다.
길 위에 구르던 소리가 모두 사라져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사랑했던 기억만이 떠오른다.
마음은 고드름처럼 자라나고
끝은 늘 뾰족하게 위태로웠다.
모습을 잊어버린 이들의 이름을
눈 덮힌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본다.
이제금 다시 눈이 내리고
사라지는 이름들
옛 추억이 분분히 흩날리고 있다.
거리로 뛰어나와
부둥켜안고
울 다가
웃어도 좋을
몸서리 치는 밤
밤은 깊어지고
가로등 불 빛 아래로
밀회를 찾아 떠나는
발자국만이 끝없이 이어지는.
흔적 없이 눈 속으로
사라지고
잊어버리고,
잊혀진 것들이 내리고 있다.
덧붙이는 말
정말 비현실적이라는 순간들, 그런 체험은 눈이 그냥도 아니고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다볼 때입니다.
지나다 예쁜 풍경을 바라볼 때 그 순간을 포착하고 담아내려 사진을 찍지만 담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시공을 잊어버리게 하고 아득하고 멀고 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게 되는 느낌입니다.
예전처럼 동심이 옅어지고 사는 동안 무감각해지는 마음도 눈이 올 때는 빗장이 풀린 감정들이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연민인지 모를 무엇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다 잊혔던 추억도 되살아나고 정말 있지 않았더라도 상상 속의 연인이 그리워지고 가슴이 쓰라기까지 합니다.
이런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은 첫사랑의 충격만큼 마음을 뒤흔들고 그냥 무엇이라도 좋을 추억과 사랑의 감정들이 들끓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도 몰라주고 타인은 보이지 않는 순간이고 감추어진 사랑입니다.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감정이고 사랑이 되어 밀회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물이 얼음이 되고 공기가 되듯 우리의 사념들과 그리움이라는 것이 하늘로 모이면 그 결정들이 눈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저 커다란 하늘을 한 가지 빛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눈이 함박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거리의 끝까지 떠나려 합니다.
(퇴고 전)
첫사랑이 내린다.
벙어리 여인은
들리지 않는 사랑의 밀어들을 쏟아내었다.
아이처럼 슬며시 손을 흔들고
소복이 쌓여간다.
두발로 꾹꾹 누른 듯
마음이 자꾸 밑으로 내려간다.
길 위에 구르던 소리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사람의 연민은 고드름처럼 자라나고
끝은 늘 뾰족하게 위태로웠다.
어느 하루 다시 만나는 날이 올까.
잊어버리고 잊힌 것들이 내리고 있다.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입술.
달콤하고 짭조름한 기억
나는 부끄러워 몸을 비틀었다.
옛 추억이 분분히 흩날리고 있다.
거리로 뛰어나와
부둥켜안고
울 다가
웃어도 좋을
몸서리 치는 밤
밤은 깊어지고
가로등 불 빛 아래로
밀회를 찾아 떠나는
발자국들이 끝없이 이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