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는 순간,
소리가 귓불을 핥고
망각의 문을 두르린다.
귓속을 파고드는
낯선 이의 말이
나였다는 것에
등줄기가 천천히 식어간다
녹음된 나의 목소리는
맞지 않는 주파수를 향해
어딘가를 헤맨다
어긋난 떨림이
낱말 끝을 씹어 삼키고
귓속을 긁는
차가운 바람에
나는 흔들거린다.
입을 다문다
소리는 새어나가고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눈으로 발음을 그린다
단어들은
마른 잎들처럼
하나씩,
떨어진다
다시 입을 열어
또박또박 발음을 세운다
그제야
익숙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입천장을 돌고
정수리 뒤편을 치고
긴 터널을 돌아
내려오는 말들
나는 둘이었다
말하는 나,
듣지 못하는 나
말하지 않는 나,
들리지 않는 나
혀를 지나지 않는 말은
귀의 안쪽,
더 깊은 틈
터널의 바깥을 훑는다
영혼에 닻는 소리들은
말이 되지 않은 채
울린다
나는 귀를 접고,
내 귀 안의 귀를 찾는다
내 안으로 기울어진
말 없는 소리
나선 속에서
또 다른 달팽이를 쫓는다
귓가에만 머무는
이방인의 말에
침묵으로 답한다.
아직,
해독되지 않는
나의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