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숲길을 싣고

by 승환


기차는 숲길을 싣고


땡땡거리는 소리.

기차가 오면,

포장막 위에 포신이 보였다


아이들은 뛰어갔고

기차는 아이들보다

더 멀리,

빠르게 달아났다


하루 몇 번,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기다림에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경의선 숲길을 걷다 보면

풀숲을 헤치며

기억이 내게로 뛰어온다


길 위에 묻힌 레일 자국처럼

아지랑이 같은 열차칸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줄지어 내려온다


검은 몸통,

보이지 않는 기차는

나무 밑둥을 툭툭 건드리며

새들을 깨우고


땡땡거리는 종소리는

경고가 아닌 인사가 된다


나무들이 조금씩 움직인다

뿌리는 등을 간지럽히고

잎사귀는 바닥을 긁으며

흐르는 냇가에


작은 벤치 하나가

기차처럼,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졌다


기차는 낮은 신음을 내며

땅속을 달리고

사람들은

그것보다 조금 느리게

땅위를 걷는다


땡땡거리는 종소리

우는 아이

짖는 강아지


이 모든 것들이

땅속에서 들려온다


어릴 적 기억은

발치에 붙은 이끼처럼

조용히 따라오고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멈추고

누군가는 세월을 건넌다


추억은 오백원.

동전 하나에 팔것 같은,

간이역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숲길을 가득 실은

경의선 열차가


다시,

천천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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