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귀신

by 승환

돈귀신


어머니는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만 말했다

돈귀신이 붙었구나 돈귀신이,


다정한 눈길을 주어도, 아이는 멀뚱했다

체온을 나누고 사랑을 다 줘도

아이는 허기진 울음을 울었다

입술 끝에 꿀을 묻혀주었지만

아이는 울음을 참지 않았다


어미가 가진 건

빈 몸 하나뿐이었고

그건 아이에게

아무 쓸모 없었다


아이가 꾸는 꿈은

어미의 눈엔 허공이었다


소리 없는 그림자 같은 꿈은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어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랑하려 애썼다


목숨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없던 것을

갖다 주었다


아이가 자라자

귀신은 커졌고

더 배가 고팠고

더 많은 꿈을 꾸었다.

살 것들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꾸는 꿈은

월급보다

더 비쌌다


밤에 더 빛나는 아파트를 탐했다

돈이 없는 사랑은 창피했고

꿈을 파는 학원들은,

싸지 않았다.


매달 받은 월급은

그저 세끼 밥이 되었다

세상은 딱 거기까지 허용했다


통장의 잔고는 불꺼진 아궁이처럼

어둡고 냉랭했다


시지프스의 돌은 월급같아서

비워진 계좌를 채우러

아침마다 돌을 굴렸다

아이에게 없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았고


핸드폰 불빛 아래

귀신이 깃든 손가락은

새벽에도 결제를 멈추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게 아니라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돈으로 사는 것 말고

또 뭘로 살아야 하나


돈귀신이 된

아이의 입에 맴도는

독백 같은 말


돈귀신은

가끔

날보며 웃고 있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없던

그 손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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