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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are sroty

(10문단으로 글쓰기 공모, 호러, 미스테리, 의식을 잃은 작가 이야기)

by 승환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창밖으로 굵은 비줄기들이 땅으로 떨어져내리는 오후,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회사에는 오늘부터 남은 연차를 다 쓰겠다고 통보를 해버렸다.


일주일치의 먹을 것들과 마실 것들을 바리바리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켰고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시며 반드시 이번 소설이 끝날때 까지 잠들지 않고 버텨낼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원래 스토리는 젊은 검사의 사랑과 성공을 주제로 하는 서정성 높은 내용이었지만 글이 다 완성되기도 전에 시국이 너무 변해버려서 당황했고 살짝 주인공의 직업을 판사로 바꾸려다 끝내는 포기하고 문예지들이 좋아하는 주제인 청년들의 방황과 고립을 신랄하게 드러나는 단편소설을 새로 쓰려고 한다.


주인공인 동훈은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에 실패하고 도시의 어두운 골목으로 숨어들어 작은 자취방에서 온라인으로만 세상을 마주하는 내용의 외롭고 어두운 하지만 서정성이 넘치는 글을 이틀째 밤을 세우며 쓰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 어느새 나는 잠이 들지 않으려 버티는 것이 힘들어 졌기에 밤이고 낮이고 예거밤을 만들어 연거퍼 두세잔을 마시기 시작했고 잭콕과 바카스를 물처럼 마시며 글을 쓰다가 동훈이 유일한 외출인 편의점에 에쎼1미리를 사러가는 순간, 그 순간 하늘에서 쿵하는 마른 천둥소리에 놀라며 잠이들고 말았다.


잠이 들었다는 의식을 하게되었지만 나는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꿈 속의 나는 쉬지 않고 동훈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작업을 하고 있어 도무지 내가 잠들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눈을 떠서 꿈속의 떠오른 이야기들, 작업한 글을 이어서 나머지를 연이어 나는 작업을 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고 이렇게라도 글이 완성되어 간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지만 한 번 정도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생각도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복잡해져만 갔다.


꿈이 경계를 넘나들고 현실에서 이어진다는 생경스럽고 신비한 일이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나는 두려움도 공포도 느끼고 말았고 구분이 모호한 이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에쎄담배의 개비수를 하나씩 꺼내 피우며 숫자를 기록했고 핫삭스가 몇캔이 남았는지 박카스는 몇병 예거마스터의 병에는 눈금을 그어 놓기까지 했다.


나의 글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되어갔지만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해 내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일련의 표시들이 꿈속에서 한것인지 깨어나서 한 것인지 기억을 해낼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끊임없이 쓰고 먹고 마셨고 글은 밤과 낮이 없고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작성이 되어갔고 동훈의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가 되어가는 것인지 시리즈를 끝없이 쓰게되어 120편을 넘어가기 시작했으나 나는 계속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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