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속 같은 걸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오래되어 잊었지만
침도 안바른 말들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겠다던 말
그 말은
지금도 당신의 손등에 남아 있을까.
당신의 고운손은
분홍색 마미손 장갑 속에서
마른채 젖어 가고 있었지.
당신의 하루를
웃음으로 채워주겠다던
나는 그 말을 지키려고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가슴보다 배를 더 키웠는지 몰라
혼자 잘 웃고
혼자 잘 자고
혼자서 그루밍하는
고양이처럼.
어떤날은
혼자서 삐치기도 했지.
행복이 뭐냐고 묻지 않았지.
대신
나는 자꾸 말했고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지.
그게 다였고,
어쩌면 그게 전부였을지도.
한 장의 그림 같았어.
희미한 선들로 그어놓은
너와 나의 집,
예쁜 것만 베끼려던 마음
자꾸 번졌지
당신 앞에 꺼내지 못한 색처럼
나는 서툴러서
당신에겐 보여준 적이 없었네.
약속은 여린 나뭇결처럼
휘청였지만
바람에도 견디었네
우리의 행복은
어설프게 베낀 그림같지만
당신이 괜찮다고 말하여 주면
나는 정말 괜찮아져서
오늘 남은 색칠은
내일 또 미루어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