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같이 걸어가기 위하여

결혼제도의 문제일까 남녀의 차이가 문제일까

by 승환

도를 아십니까 라는 말을 길에서 많이 듣던 시절이 있었다

도는 길이기도 종교이기도 방법이기도 하다

질문만 봐서는 이렇게 멋지고 철학적인 질문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들과 같이 가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나의 도

나의 길은 어디인지

인생을 여정이라고 길에다 표현을 많이 한다

소풍 나왔다는 천상병시인의 시구처럼 그렇게 살면 좋을 텐데 나는 아직도 어떤 길에 어디로 향한 길에 얼마만큼 가야 되는지 보이지 많는다


살면서 항상 듣는 얘기는 매사가 왜 이리 부정적이냐라는 말과 왜 그리 다 심드렁하냐는 소리를 듣는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더듬더듬 조심스럽고 두려운 까닭이다

믿음이 없고 꿈이 없고 꿈을 믿지 않는 까닭이다.


인생의 길이 넓은 아스팔트포장의 고속도로 같은 것을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런 길은 없다

잠깐 한눈팔고 잠시 다리참을 쉬고 가면 어두워지고 좁은 길바닥은 천길 낭떠러지로 아슬하게 이어져 있다는 걸 보았다

내가 보는 게 다는 아니지만 쉬운 길이라는 것은 없었다


꿈을 꾸기보다는 포기를 하나씩 해가는 길이 빠른 길이었기에 그것이 요령 있게 잘 사는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

내 인생 여정에 나는 늘 혼자라고 생각을 했고 나 외의 주변 모든 이들을 지나쳐가는 풍경이라 여겼던 것 같다

부모와 학년이 바뀌면 만나는 선생님들, 친구들 모두가 내가 주인공인 영화의 엑스트라 내지는 지나쳐 버리는 통과해야 할 역으로 지나쳐 가려했다.


실상은 모든 이들이 나름의 길을 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동창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그 시절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 각자가 주인공이었다는 것 그것은 아마 주인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져 버리다.

인생 여정을 나서 길을 가는 것이 늘 나 혼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서로 공유하고 추억하는 것이 있었으면 그만큼은 그와 같은 길을 함께 걸었던 것이다.

그들은 가족일 수도 동료일 수도 지인일 수도 하다못해 원수나 혐오하는 이들이라도 나는 알게 모르게 같이 걸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어간다고 하여야 할지 아니면 여태까지 몰랐던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 같았다.

결혼이란 것이 내가 업고 가는지 업혀가는지 나란히 손을찹았는지 모르지만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는데 이상과 현실은 너무 큰 괴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자신했고 오만했다

그 누구이든 나는 능수능란하게 맞춰주고 힘들다 하면 번쩍 둘러메고 인생길 결혼생활이란 걸 뚜벅뚜벅 걸어갈 자신이 있었다.

나는 희생이나 인내라는 것에 단련된 성숙하고 깨어있는 사람이라 믿었다.

이런 오판은 결혼 후 몇 년을 못 가 깨닫게 되었다.

남편의 역할 내가 생각한 이미지들 정형화된 허상이 깨지게 되었다.

아내에게서 내가 기대했던 것과 그녀가 내게 원하는 기대치도 쉽게 주고받으며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이런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인생의 실패를 향하여 나간다는 두려움과 더 이상 내가 견디며 살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선택과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다.


여러 자질자질한 문제부터 서로가 내재된 근원적인 마음의 문제까지 내가 아내를 설득할 수도 나도 또한 설득당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파악하고 이해를 하기 시작하였지만 각각의 에고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기를 거부했다.

서로가 싸우고 상처 주는 말들이 계속되었고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상대방을 좀 더 들여다보고 관찰을 하게 되었다.

너의 의식 속에 미스된 것들은 없는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이 합당한 지 용납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인지 등등...

나는 아내에게 감정에 치우치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에 대한 보편적 믿음과 애정이 부족하다고 힐난한다

아내는 내게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적이라고 한다 감정이 풍부한 건 본인의 일에 한해서라고 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 계산적이고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가는 화법을 쓴다고

한다 내가...

나는 내가 꽤 많이 배려심 있고 감성이 치우치게 예민하고 풍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정반대의 성향이라는 것에 놀라게 되었다.

그녀가 내게 해준 비난 속에서 조금만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분명하고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나 자신을 속이고 우길 수도 있었지만 좀 더 힘든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해보자 생각했다.

이 또한 내 미련한 자만심의 발로 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협상이나 합리적인 딜의 문제로 착각했다.


우리는 아직도 진행형의 대립과 공존 사랑과 싸움을 하고 있다

사실 긴 전쟁을 치르면서 나는 그녀도 마찬가지로 성장을 하고 성숙을 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제야 어렴풋이 깨치기 시작한 나의 문제는 그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또는 나를 제일 사랑하는 것

연기하지 않는 것

표현하지 않는 것

세상의 정의와 가치관과 모든 진실보다 그녀를 사랑 내지 편들지 않는 것


아내가 원하는 궁극적이고 완벽한 사랑을

적어도 그런척이라도 눈치껏 시늉이라도 하라는 것을 못하는 이유들 인 것 같다.


해결이 난망한 문제다.

결국 각자 자신이 편한 길로 갈라서려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갈림길에서 계속 머뭇거리다 다시 같은 길을 걷곤 한다.


이것을 나는 계산하며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자체가 사랑자체가 정략결혼처럼 필요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데 결혼 중간에 잣대를 바꾼다는 것이 모순을 안고 가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룰은 지켜야 페어플레이 아닌가.


나는 내 아내가 나와 같이 가던 길을 벗어나 그 길이 숲길일지 큰 도로일지 혼자 걸어가는 것을 볼 용기가 없다.

내가 가던 길을 뛰쳐나와 그녀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아마도 십 년 전쯤에도 그랬던 것 같다.

결국은 길이 끝나야 되는 막다른 종착역에서야 잡은 손을 놓을 것 같다.


더 이상 고민할 일도 아니다

사랑이 답이라면 답을 쓰면 될 일인 것.


내 마음이 미숙하고 미진해서 조금 더 싸우더라도 길에서 벗어나지 않길 기도한다.

그녀 또한 그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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