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

by 승환

유치찬란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은 흐릿하고,

안개뿐이었는데.

기억은 눈이 부셨다.


안개 위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듯

빛나는 척을 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불빛까지

반짝이는 모든 것을 동경했다.


알록달록한 운동화를 신은

아이가 지나간다.

반짝거리며 소리를 내는

운동화 불빛이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깜박였다.

깜박였다.


아이는 운동화보다

마음이 더 반짝거렸다.

어둠이 이제는 무섭지 않고

잘 보이는 빛이 있다는 걸

촌스런 만화그림이

아이의 빛나는 시절이었다


빛나던 시절이란

유치한 마음 위에만

피어나는 것일까.


유치찬란.

모자라서,

어리석어서,

빛이 나오면 사라지는 부사들.

남는 건,

반짝이는 희열이었다.


값비싸서 있어 보이는 셔츠를 벗고

싼티 나고 알록거리는

티셔츠를 꺼내 입는다.


그렇게 입고서도

나는 묻는다.

이제 다시

유치찬란은 돌아올 수 없을까.


생에 마지막 날까지

사람들은 유치하고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하여

한 번 또 반짝여도 되는


생은 유치찬란하게


깜박였다.

깜박인다.

깜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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