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쏟아지던
여름의 빛을
한강에 모두
거두어둘 수 없었다.
강물에 흘려보내다 남은
몇 조각의 빛들이
다리 기둥에 매달려
붉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 건너 아파트들은
작고 조그마한 불빛들을
높은 창에서 흘려보냈다.
윤슬이 바람에 흔들리며
강 위로 떨어졌다가 곧 사라졌다.
아파트 창에 붙은 주황빛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물결 사이로 가라앉았다.
도시는 꺼져가는 아궁이처럼
서서히 스스로를 지워나갔다.
사람들이 물길을 거슬러
뛰고, 걷는다.
어떤 이는 웃었고
어떤 이는 숨을 고른다.
흐릿한 발자국들이
강물 위로 번져나갔다.
사람들이 흐릿하게 스쳐간다.
여름도 흐릿하게 지나간다.
나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기다린다.
물푸레나무처럼
강물에다 마음을 꺾었다.
조용히 여름을 물들인다.
꺾인 채로 흘러가고 있다.
푸르스름하게 번지고
어디에도 닿지 못한 빛들이
물속에서 부서졌다.
손끝으로 바람을 잡았다가
가만히 놓아주었다.
흐릿하고 빛나는 날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