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린다.
나는 당신의 눈물을 생각했다.
땅 위에 투명한 죽처럼
빗물이 끓어올랐다.
잊은 줄 알았던 당신의 이름이
떠올랐다가 꺼졌다.
우리가 나누던 말들은
포말처럼 흩어지고
숨결에 부서졌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주어야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
그 사람은 쏟아내고
나는 게워놓았다
마음이 치우지 않은 채 말라갔다.
지붕도 없는 방에서
창문을 두 겹 세 겹 잠갔다.
창가에 부딪히는 빗물이
조용히 울고 있었다.
무성영화처럼
내리는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해가 드러나고
바람이 지난다.
땅은 금세 말랐지만
웅덩이진 마음 깊은 곳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요란한 것들은
찰나처럼 가벼웠다.
전부를 쉽게 주고 떠난 것들,
다시는 믿지 않는다.
창문을 열었다.
떠난 뒷모습을 외면하고
다시 닫았다.
방 안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을 보았다.
가랑비처럼 스며든 사랑이
곁에 남아 있었다.
소나기처럼 몰려왔던
내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