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동안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전내내 비가 내렸다. 여기저기 물난리를 맞은 지역의 뉴스가 들려온다. 애궂은 목숨이 사라지고 수해를 입은 영상이 올라왔다.
주중에 늘 피곤한 일과가 연이어 되었기에 어제는 일찍 잠이들었다. 평균 수면시간은 나이를 먹고 줄어들어 6시간을 넘기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어중간한 시간에 일어날 경우 그냥 눈이 떠지는 경우보다 꿈을 한바탕 꾸고나서 깨어난적이 많았는데 오늘도 그랬다. 눈이 떠지니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서늘한 기운이 방안을 휘돈다. 꼭 닫힌 창문사이로 천둥이 치는 소리와 따발총소리 같은 비가 내려는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 확인해보니 에어컨을 안끄고 잤다. 간만에 자다가 추위를 타는 것은 별스런 느낌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끈끈해진 온몸으로 헉헉거리던 밤이였었다.
꿈속의 공간은 늘 익숙하지만 생경하다 나의 의식속에는 현재와 과거 또 미래를 같이 품고 살아가는 듯 하다.
연작처럼 비슷한 장소가 나오기도 하고 시리즈물의 속편처럼 이어질 듯 말듯한 느낌의 광경도 나타나곤 한다. 최근의 나의 머리속을 헤집어 놓은 여러일들은 제각기 가면을 쓰고 정체를 감춘채 나타난다. 그것이 이것이고 저것이 무엇이라고 하나하나 상징을 찾아서 확인하지 않아고 어렴풋이 정체를 짐작한다.
옛날 골목의 우체국 옆집에 대문 옆에 나는 모로 누워있고 방을 찾는 젊은 아가씨와 그의 부모들을 만난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방을 보여주러 우리집으로 찾아가는데 그 길이 너무 요상하고 길게 늘어졌다. 인터넷에서 본듯한 자동차가 옆으로 누워 집을 덮친 풍경이 나오기도 하고 어느 건물에서는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젊은 친구들이 정신없이 무어라 떠든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도착하니 아가씨와 부모는 마음에 들어하며 웃는다. 그런데 나는 집 앞에서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사지를 따라 골목을 빙글빙글 돌다가 끝내는 방황하다가 잠이 깨었다. 공실이 난 방때문에 이런 꿈까지 꾸나 실소가 나오기도 했고 걱정은 걱정이라 우울해지기도 했다. 갑자기 일억을 만들어 상환하느라 속이 좀 쓰렸었다. 말 많은 전세제도의 종말을 암시한 예지몽일지도 모르겠다.
새벽에 멀뚱이 눈을 뜨고 누워있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 일은 언제나 제일 우선 순위니 경제적인 문제들이 떠오른다. 탄핵이 되고 새로이 대통령이 뽑혔고 조금씩이지만 변화되는 것들이 보인다. 늘 그렇듯 사람들은 부동산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식이니 코인이니 전업투자를 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집은 있던 없던 어디를 살건 늘 관심밖으로 나간 적 없이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
부동산이 비싼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실상은 일자리 자영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산업이 너무 어렵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카들도 취업이 힘들어 빌빌거리고 있다. 쉽게쉽게 취업하고 사업을 성공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만 인터넷에 떠돌지 대다수의 어려움은 보여주지 않는다.
공실난 아파트 상가는 30프로를 내려서 겨우 맞췄고 다른 상가들은 5년째 동결중이다. 세입자들이 그나마 버텨주는 게 고맙고 빠지고 나면 뭐가 들어와서 사업이 잘될지 내가 봐도 갑갑하기만 하다.
코딱지만한 원룸건물을 형제가 공동으로 소유한 것인데 다주택자라는 오명에 대출이 막힌지 십년이 넘은 것 같다. 신용대출이라는 것은 전문직이나 대기업직원이 아닌이상 별 의미가 없었다. 전세dsr을 적용한다고 하며 대상을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의 소득과 신용을 본다는 지라시가 돌고 있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취지는 이해가는데 내가 당사자이고 보면 선듯 좋다고만 하기도 힘들다. 아니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발끊은지 오래된 부동산방에서는 정부여당을 비난하느라 아우성이다.
정치는 아직도 어지럽고 여기저기 오물덩어리들이 널부러져있다. 큰 고비를 넘기고 나서는 이제는 조금 피로감이 들어 정치뉴스를 멀리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어가는 이나라에는 경제라곤 거품이 잔뜩 낀 허영만 넘치고 빚으로 쌓아올린 폭탄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한다. 실제로 주위를 보면 다 폐업과 임대문의 그리고 파산과 빛잔치가 흔한 일상의 모습이긴 해서 걱정이다.
경제 , 정치, 그리고 이런 시국에 나는 글을 쓴다고 이러는 것이 한량짓 같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어수선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돈을 벌겠다고 뛰어다녀봐야 벌리는 것도 아니고 내 능력이란게 미천하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지만 시늉이라도 해야 아내에게 덜 미안할 것 같기도 했다.
어지럽고 힘든 세상에서 듯을 세우고 인생을 밝히는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지만 속되기만한 나는 온갖 걱정, 아마도 돈걱정이나 편하게 잘 사는것이 주관심사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좀더 경제활동을 열심히하고 손을 놓지 말았어야 하나 후회도 되고 두려움이 생긴다. 모자란 돈은 조금씩 편한 직장에서 적게라도 벌어 충당을 하지만 이것도 얼마남지 않았다. 오십대도 중반이 넘어가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으며, 잘 할 것인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고도 깨달았다 나의 글이란게 진실이나 현실과는 동 떨어진 자투리 생각이었다. 또 이기심이기도 했다
한 번씩 자꾸 상기시킨다. 내가 꿈꾸는 것들이 허황되거나 이기적이거나 스스로 정말 즐기고 있는지 행복한지.
그래서 의심이 들면 한번씩 두번씩 자문한다.
어떻게 살아도 사는 것은 살지만 세상에 연결된 무수한 인연과 관계속에서 내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관심보다는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인생의 고비마다 조금만 힘들면 호들갑을 떠는 내 모습이 좀 그렇다.
매일매일 쓰고 읽고 하자 다짐했는데 일년의 반이 지나고 보니 어긴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일년의 반이 남았으니 분발할지어다.
분발할지어다
분발할지어다
분발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