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by 승환

가을 하늘



여름비가 다 쏟아졌다.

흐릿한 것들이

서서히 선명해지는 하늘,


무릎이 나온 오래된

회색 기지바지를 벗고

청바지를 갈아입었다.


허리춤이 꼭 맞는

살짝 찢어지고

물 빠진 청바지가

바람에 너울거린다.


찢어진 틈 사이로

내리는 햇살은

인디고 쪽빛.


유리창을 뚫고

방 안에 강물이 흐른다.

새파란 물들이

무릎까지 차고 넘친다.


바람이 분다.

하얀 속살 같은

구름이 흔들린다.


마음이

자꾸 파래진다.

이제 더 무르지 않는다.


속으로 여물어가며,

뜨겁던 것들은

뜸이 다 들었다.


이제는 천천히 식어가는 계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또 꿈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