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가 다 쏟아졌다.
흐릿한 것들이
서서히 선명해지는 하늘,
무릎이 나온 오래된
회색 기지바지를 벗고
청바지를 갈아입었다.
허리춤이 꼭 맞는
살짝 찢어지고
물 빠진 청바지가
바람에 너울거린다.
찢어진 틈 사이로
내리는 햇살은
인디고 쪽빛.
유리창을 뚫고
방 안에 강물이 흐른다.
새파란 물들이
무릎까지 차고 넘친다.
바람이 분다.
하얀 속살 같은
구름이 흔들린다.
마음이
자꾸 파래진다.
이제 더 무르지 않는다.
속으로 여물어가며,
뜨겁던 것들은
뜸이 다 들었다.
이제는 천천히 식어가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