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비가 오고
그치고
계절은 멈추고
데자뷰처럼, 여름 같은
구월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새들이 천천히 날아가고
해가 늦게 떠올랐다.
여름이 조금씩 게으름을 피우고
옥상에 샤프란은
나팔꽃처럼
꽃이 피고 지고
또다시 꽃대가 올라온다.
밤은 길어지고
꿈은 늘어졌다.
하루에 두 번 꿈을 꾼다.
내일 꿀 꿈을 빌려다
오늘까지 꾸고 나면
어느 날은 꿈도 없이
잠에서 깨곤 한다.
이 비가 그치면
오겠지,
몇 번이나 비가 내렸다.
도돌이표를 붙인 여름만
오고 또 오고.
약속한 적은 없지만
계절을 생각했다.
하염없이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물이 찔끔 난다.
팔분음표 하나만큼 늘어진
하품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가을은 기다림의 계절이 되었고
느리게 가는 시계를 자꾸 바라본다.
바람이 가만히 건드리고
기다림이 출렁댄다.
외로운 사람들이 거리를 서성인다.
지구가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