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된지 어연 11개월이 되었다.
원래 브런치를 시작한 목표는 성소수자로서 당당히 커밍아웃 하고 -> 젠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된 후 -> 학문을 갈고 닦으며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주옥같은 글들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였다.
하지만 대학원에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더 이상 그 길을 추구하게 되지는 않게 되었다. 브런치는 그저 한 관종의(?) 일기장이 되었다.
2022년은 직장인이 되어 갈 길 잃은 양이 된 기분으로 보냈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그랬고 내 인생에서 매일 늘 그랬듯이, 나는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무언가를 배웠다. 그리고 또 다른 목표를 갖게 되고 또 다른 습관을 갖게 되었다. 옛날에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민간 분야에서 매일매일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놀라움을 느낀다.
특히 나에게는 '타인을 칭찬하는 습관'이 생겼다.
2022년에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불교철학과 천주교 교리를 공부했다. 공통적으로 불교와 천주교는 '타인을 사랑하라'라는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원수같은 놈들도 내가 사랑해버림으로써 무덤덤해지고 해탈의 길로 가라고 했고, 천주교는 예수가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사람들조차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 죄를 모르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살인한 살인범을 용서하며 타인을 사랑하고자 했다. 그리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향해 증오, 혐오를 마음 속으로 가지고 있으면 나를 망친다. 마음 속 증오, 혐오를 용서, 사랑으로 바꾸면 나를 망치지 않게 된다. (물론 엄청 어렵다)
그래서 불교와 천주교를 공부한 후, '타인을 사랑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손쉽게 할 수 없었다. (특히 스트레스 주는 사람들에게)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칭찬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에 따르면, 법칙 중 하나로 '타인을 진심으로 칭찬하라'라는 말이 있다고 기억한다.
중학생 때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을 읽었지만, 이를 체화한 것은 이번 2022년이 처음이었다.
엑셀을 너무나 잘하시는 동료 분, 천사같은 대표님, 그밖에도 외부 자문단 분들 중에 능력 출중하신 분들 많으신데... 나는 그냥 넌지시 "00님 정말 ~~ 잘하시네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다들 좋아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나는 남이 나 칭찬하면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사람들은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그리고 좀 무섭기도 했다. 무언가 이런 칭찬을 잘 이용하면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직장생활 하면서 A님이 B님을 칭찬하고 치켜올림으로써 B님은 기뻐서 좀 말하지 않아도 될 정보를 마구마구 풀었던 것을 본 터였다. 하지만 나는 남을 조종하기 위함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하라'라는 천주교 교리에 따라 하기로 마음 먹었다. A님도, B님도, 다른 직장 분들도 잘하시는 부분들에 칭찬해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B님 같은 분들이 정보를 많이 풀더라도 이는 B님을 이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천주교는 타인을 사랑하는 아가페적 사랑을 목표로 한다. 물론 아가페적 사랑은 많이 어렵다. 스트레스 주는 사람을 사랑하기 어렵다. 그래서 예수가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을 모두 칭찬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들 좋아하는 줄 몰랐다. 상대방이 기쁘면 나도 기쁘다. 상대방이 기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타인에게 더 긍정적으로 대한다. 그렇게 좋은 덕이 돌고 돈다. 그리하여 남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도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