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서로 '이성애자'라고 간주하고 살아간다. 혹여나 성소수자 같더라도 그냥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곤 한다. 성소수자보다 이성애자의 수가 많고, 일상 속 성소수자 사회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크게 많지 않기 따름이라 서로 이성애자로 패씽하며 살아간다고 생각든다. (어떤 책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연애한다'라고 하면 다음 질문이 '성별이 어떻게 되는가?'라고 말할 정도로 성적지향성에 다양하게 열려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 또한 평소에 혹여나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분이 있으면 그러려니 하고 평소에 성중립적 단어들('애인 있으세요?')을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평소에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a.k.a. 자만추)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는데 들이댔는데 이성애자면 어떡해 (ㅠㅠ)
며칠 전, 친구의 친구가 생일이라 술집을 빌려 놀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가 나를 초대했다. 술집 빌려서 생일파티 하는 것 건너들었는데 내가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일종의 사교파티 같은 느낌이었다. 긴장되고 설레고 그랬다.
친구도 그렇고 친구의 친구도 그렇고 성적지향성에 열려있는 친구들이었다. 성소수자인 친구들도 많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은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친구가 나를 데려갈 때 주선자에게 게이 친구 데려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성정체성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말하고 다니는 편이다)
생일파티에 가서 어색어색하면서도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던 차, 주선자 분께서 나에게 여기 게이 분들 많다며 함께 대화나누기를 권하셨다. 테이블들을 가리키며 저기저기 가보시라, 누군가 나와 대화해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호모나 어색함 풀리면 간다고 했다. 그렇게 또 주변 사람들과 떠들고 시간은 지나갔다.
어느 덧 막차시간이 다가오고 나와 친구는 떠날 채비를 했다. 떠나려고 하자 친구와 주선자 분께서는 나에게 어떤 게이 분과 만남을 주선해주시려 했다. 한번은 만나보라고, 이래저래 설득하셨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나도 사랑 갈구하는 사람이지만 왜인지는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만난다면 상관 없는데 주선되어 만나는 자리는 긴장될 것 같고 무엇보다도 두려울 것 같았다. 상대방이 내 스타일이 아니라면 실망할 것 같은 두려움, 상대방이 나를 보고 실망할 것 같은 두려움, 내가 준비가 안되어있는 듯한 두려움... (결국 낮은 자존감이 문제인건가 싶은?)
친구는 나를 설득하면서 "00아,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얘기나누며 나는 도망치고 친구와 함께 귀갓길을 향했다.
이 날 경험이 되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게이모임, 게이클럽에 간 것도 아니었다.
이성애자와 소수의 성소수자들이 생일을 축하하러 모인 일상 속 모임이었다.
일상 모임 속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만남을 주선 받았고, 친구는 나에게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사회적 소수자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인 하나의 집단에서 만남을 주선받은 게 아닌, 일상 속에서 만남을 주선 받아서... 사실 되게 감동적이었다.
한국 사회는 나와 같은 정체성을 환호하지 않는다. 온라인 여론들만 보아도 굉장히 부정적이다.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러 음란함, 성, 더러움으로 소수자들을 투사하곤 한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일상 속에서 정체성이 인정받고 누군가를 소개받는 경험을 했다. (도망가긴 했지만 ^^;)
주책일 수도 있는데 좀 눈물겨웠고, 가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친구랑 친구의 친구 분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나도 내 자신이 눈물겹고 감사할 줄 몰랐다. 단지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을 뿐이었고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이번 경험을 겪으며 사회가 보다 더 포용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