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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Jun 29. 2021

"성소수자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장소에 계십니다"

  러시아 도착 후, 학교 주변을 산책하고 하루하루 적응하고 있었다. 문득 러시아 게이들은 어떻게 생각이 들어 바로 틴더(데이트 어플.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성적지향성 상관없이 모두 쓴다)를 깔아보았다.


  틴더를 켜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왔다.


틴더를 키자마자 뜬 문구


  정말 깜짝 놀랐다. 틴더는 러시아 상트레테르부르크에 있는 나에게 "회원님의 현 위치 정보에 따르면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장소에 계십니다"라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내 인생 27년 살면서 이런 경고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무리 한국이 동성애,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인식이 많은 사회라지만 성소수자에게 평소에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사람은 드물다. 틴더는 아무리 한국이라도 '안전에 위협'이라는 주의를 주지도 않는다.


  순간 멍- 했다. 내가 지금 있는 기숙사방이 다소 두렵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했던 소수자성을 느꼈다. 해외에서 내가 까딱하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성애자인 척 그렇게 크게 안하는데, 여기서는 이성애자인 척을 살아남기 위해 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러시아는 2013년 6월에 반동성애법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동성애에 우호적인 선동을 하면 법적처벌까지 당할 수 있고 한다. 사실 법적 처벌도 처벌이지만 폭력적인 호모포비아에게 맞을 것 같다는 걱정들었다.


  즐겁게 지내려 온 교환학생이었는데, 점점 더 움츠러들게 되었다. 넷플릭스나 보면서 방구석 기숙사 생활해야하나 고민도 들었다. 박물관들이나 미술관들 모두 섭렵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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