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을 찾은 것은 거의 20년이나 된 것 같다. 오서산 자연 휴암림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가족 모두가 숲 속에서 쉬고 있을 때 나 혼자 그래도 산 정상이 궁금해서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랐다가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온 기억이 있다.
주중에 휴일이 찾아오면 근무지 주변의 이곳저곳의 산을 찾는다. 이번에도 주중에 휴일을 맞았다. 2022년 3월은 주중에 휴일이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일제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하여 분연히 일어난 날이고 두 번째는 5년의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 날이다. 의미 있는 날의 연속이지만 그날을 상기하고 산으로 간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비는 서쪽이나 남쪽에서 시작하기에 서쪽 지역이나 남쪽 지역부터 갠다. 오늘도 그렇다. 겨울가뭄이 극심한데 비는 약간만 뿌리고 있다. 금번 겨울은 너무 적은 눈비가 와서 지금 전국이 산불에 무척 예민해 있다. 산불감시 지역으로 입산이 금지되지 않은 곳을 찾고, 비가 지나간 곳을 찾으니 오서산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우리를 이렇게 배웠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해안선이 올말 졸망하다고 배웠다. 사실 해안선이 올말 졸망한 곳에 가면 산이 있다. 바다 근처에 있는 산들이 이제는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산의 줄기를 갖고 있어서 그렇게 높지 않다. 하지만, 충남 서해안의 산들과 전남 남해안쪽으로 산들은 해발이 만만치가 않다. 충남 서산의 팔봉산은 300m 남짓이지만 보령쯤에 있는 산들은 해발이 500m가 넘는 곳이 곳곳에 있다. 전남 남해안의 경우에도 리아스식 해안이면서 침식되지 않는 산들이 해안까지 내달리고 그 끝은 바다에 빠져 있다. 전남에 있는 유명한 산들은 남해안 쪽에 산재해 있고 충남에 있는 유명한 산들은 서쪽에 산재해 있다. 그중 가장 높은 산이 오서산이다. 오서산은 해발이 791m이며, 삼국사기에 오서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명산대첩을 대사( 大祀) , 중사(中祀), 소사(小祀)로 나누어 국가차원의 천제를 올렸다고 한다. 백제시대에는 오산(烏山)으로 불리며 대사격에 해당되었으나, 통일신라시대에는 중사의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이후 백제 부흥운동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었다고 한다. 오서 또는 오서악으로 불리며 민족의 영산으로서 태양숭배의 중심이 되어 왔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오서산으로 바뀌었고 일제강점기에 "까마귀산"으로 비하되면서 영산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한다. 오서산이 고조선에서부터 백제로 이어지는 동안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산"으로 받들어진 것은 풍수지리적으로는 물론 그 정기와 위용이 "태양 안에는 세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三足烏)가 살고 신의 사자로서 천상과 인간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라는 우리 민족의 태양숭배 사상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오서산을 찾았을 때 왜 그렇게 불렀는지 궁금하였는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어 이번 등산에 의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구려의 삼족오와도 연결이 되는 의미 있는 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지 까마귀산이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서산 등산로는 여러 방향이 있는데 원점회귀를 하는 곳은 성연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성골을 거쳐 시루봉을 오르고 시루봉에서 정상으로 간 후 전망대까지 능선길을 걸은 후 면목고개까지 내려 간 후 임도를 따라 성연주차장으로 오면 된다. 우선 오르는 코스를 1코스라고 설명이 성연주차장에 되어 있어 이정표를 따라 성골을 거쳐 시루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성연주차장에서 오서산을 바라다보지만 구름 속에 갇혀 있다. 오서산이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하였는데 오늘 구름 속에 갇힌 신령스러운 산이 된 것 같다.
성골로 가기 위하여 마을을 지난다. 이정표에 이렇게 쓰여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춰 주시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임도는 산업 가접 자본이며 청라 장현 임도로 명대계곡이라고 쓰여 있다. 시루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같이 있다. 어느 정도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시루봉이라 이정표와 함께 등산로가 시작된다. 사실 시루봉, 주발봉 등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봉은 가파르게 오르고 오르고 나면 그 정상이 밋밋하다. 이곳도 마찬 가지다. 수원의 광교산에도 시루봉이 있다. 광교산의 시루봉의 맛을 느끼려면 수원 쪽보다 용인 쪽에서 올라와야 한다. 등산객이 1명도 없어 호적하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저만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이 있다. 중간중간에 위치 표시를 해 놓은 이정목은 국립공원 같은 경우에는 500m에 한 개씩 있는 데 이곳은 50m에 한 개 있는 것 같다. 50m를 걸었는데 해발도 같이 50m를 오르는 것 같다. 시루봉까지는 이렇게 계속된다. 시루봉 정상은 570m이지만 바다에 인접한 곳에서 시작한 만큼 해발 100m쯤에서 올랐으니 만만치 않은 높이를 오른 것이다. 시루봉 정상에는 정상석도 없다. 단지 이정목에 시루봉이라고 쓰여 있을 뿐이다. 돌탑이 시루봉 모양으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
비구름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남겨진 구름이 산을 감싸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이 좋은 경우에는 뒤를 돌아보면 서해안이 한눈에 들어오겠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을 향하여 다시 걷는다. 정상은 791m다. 다시 220m를 올라야 하지만 시루봉을 오른 만큼 이제는 그렇게 가파르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오서산 정상이 앞에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처음 보면 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멀리 보면 서해안이 보일 것 같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다음에는 중계소라고 한다.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정상으로 발을 돌린다. 정상이 이제는 200m 남았다고 한다. 정상까지 오면서 1명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이곳에 사람들이 있어야 나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데 하고 도착하니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사람이 3-4명 있다. 그들에게 급하게 부탁하여 정상 인증을 남긴다. 데크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그래도 고양이가 있으니 이곳도 등산객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 좌우에 억새가 이제는 구름 속에 마지막 흔적을 남기면서 춤을 추고 있다. 억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소나무들이 어떻게 보면 자태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구름 속에 억새 사이에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가져오며 사진을 담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발이 791m이고 서해안으로 눈이 그래도 많이 오는 지역인 만큼 음지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다. 등산로는 눈이 녹아서 발 디딜 곳을 찾아야 하였다. 이른 봄에 산으로 돌아다니면 진흙이 발길을 잡아서 걸을 수가 없다. 이곳 보령은 진흙이 유명하다 하지만, 산을 다니면서 그 진흙을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억새가 유명하여서 그런지 조망을 할 수 있고 억새가 많이 서식한 곳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데크를 설치하여 놓았다. 억새가 한창인 시즌에 이곳에서 서쪽을 보면 노을과 수평선 그리고 낙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산을 올라 낙조를 본다는 것이 어둠을 친구 삼아 하산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낙조가 유명한 곳에서 어둠이 찾아오면 어둠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낙조가 유명하다고 알린다.
오서정이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오서정은 없어졌다. 오서정은 2010년 태풍 곤파스가 강한 바람으로 피해를 보았고 이제는 그곳에 전망데크를 설치하여 놓았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앉아 쉬고 있다. 이웃한 곳에 홍성군에서 정상석을 설치하여 놓았다. 홍성군 관내의 오서산인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인 하산이다. 이곳에서 정암사까지 하산하면 계단이 1600개 있다고 한다. 홍성군에서 데크를 참 많이도 설치하여 놓았다. 서울의 청계산도 계단이 유명한데 이곳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정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아차산 방향으로 하산하여 성연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그래도 데크가 어느 정도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오서정을 지나서 본격적인 계단이 시작되기 전 돌탑이 두 개 있다. 돌탑 옆에 있는 소나무가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전망대라고 하는 곳을 지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구름 속에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 소나무가 반송 형태로 잘 자라고 있다. 소나무와 구름 등이 어울리면서 새로운 모습을 불러온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형성할 것이고 겨울이면 눈이 와서 새로운 정취를 불러왔을 것이지만 오늘은 구름과 소나무가 신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정암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정도 가야 정상이야고 물어본다. 나도 사실을 얘기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분들은 힘들게 올라왔고 다시 갈길이 30분 이상 소요되는데 멀었다고 얘기하기도 뭐하고 멋있는 경치를 보면서 가시라고 얘기한다.
쉼터가 있다. 사실은 전망대이나 아무도 없어서 쉼터에 앉아 혼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다. 아차산과 정암사의 갈림길까지 계단을 계속 내려간다. 계단의 연속이다. 홍성군에서 얘기하는 무릎에 무리가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차산과 정암사의 갈림길에서 아차산으로 가는 등산로에 비하여 정비가 잘되어 있다. 갈림길에서 등로가 희미하게 있어 구름 가운데서 헤매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서 내려보니 보인다. 친구랑 같이 갔으면 난상토론을 하였을 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등로가 조금 내려가니 확연히 나타난다. 그냥 걷기에는 등로가 가파르고 살짝 뛰어내려 갈 수 있다. 다만, 등로는 돌이 없어 너무 좋다. 아차산을 가는 갈림길인 면목고개까지 줄기차게 내려간다. 그냥 좋은 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면목고개에서 고민을 한다. 아차산이 400m라고 되어 있다. 여기까지 와서 이름이 붙여진 산을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우리네다. 그냥 올라가 본다. 가파르다. 많은 사람들이 산 이름을 붙여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경우에는 그래도 옆산과 완연히 분리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산이라는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차산도 오서산과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다. 15분 정도 오르면서 오서산을 내려오면서 식은땀이 언제였는지 모르게 흔건하다. 오를 때는 15분 내려오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다만, 정상에는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가 삼각 표지에 아차산이라고 표시를 해두었다.
면목고개에서는 바라다보는 갈림길은 그래도 멋있고 등산로는 그냥 산책길이다. 오서산을 오르거나 아차산을 오를 경우에만 가파르다. 이곳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가는 길은 3km 정도 되지만 길이 너무 좋다. 이제는 주차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으로 가도 주차장 오른쪽으로 가도 주차장이다. 임도를 따라 성골로 가서 마을을 지나서 주차장으로 갈 수도 있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서 자동차 길을 만나서 주차장으로 갈 수도 있다.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는다. 이리 걸어도 1시간 저리 걸어도 1시간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다시 마을로 들어가는 것보다 내려가서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다. 햇빛이 강한 여름이라면 왼쪽으로 갈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계절이고 햇빛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간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서산을 오르고 내리고 아차산을 오르고 내린 시간이 4시간이다. 그렇게 긴 시간이 될 수 없었던 이유은 오로지 걸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구름 위를 걸어서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서산은 봄이나 여름보다는 가을에 억새가 있는 시즌에 산행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 느꼈다. 그리고, 산행을 하면서 시루봉을 직접 오르는 것도 좋지만 면목고개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오르거나 직접 오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려올 때 계단을 열심히 걸어서 내려오는 것보다 약간 가파르지만 짧게 시루봉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서해안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