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는 그렇게 많은 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천안은 하늘 아래 편안한 땅이라고 한다. 天安을 그대로 풀이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해석하는지 몰랐는데 광덕산을 걷다가 이정목에 이렇게 되어 있었다. 하늘 아래 평안한 땅, 그리고 유관순 열사가 있다. 천안에서 유명한 것이 물어보면 호두과자라고 할 수 있다. 호두를 이용하여 만든 식품이고 천안은 호두가 유명하다. 그 호두의 원천이 있는 곳이 광덕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광덕사라고 한다.
해발 699m의 광덕산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과 아산시 배방면, 송악면 사이에 있는 산세가 수려하고 숲이 우거진 명산이다. 광덕산은 천안의 명산으로 나라에 어려움이 있으면 산이 운다는 전설이 있다. 아울러, 아산에서는 아산지역의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광덕산은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포천 경계에도 있다.
오늘은 천안지역에서 광덕산을 오르기에 천안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광덕산을 지척에 두고도 거의 가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근무지 근처의 산을 갈 수밖에 없어서 광덕산을 가본다. 광덕산 근처를 지나면서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등이 표현된 것을 보면서 천안의 외곽에 있는 광덕산에 왜 있을까 궁금하였는데 오늘 광덕산을 가면서 광덕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안내판에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 이 고장의 호두는 고려 충렬왕 16년 류청신 선생이 원나라로부터 왕가를 모시고 올 때 열매와 묘목을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광덕면 매당리 고향의 집 앞 뜰에 심은 것이 시초이며, 그 후 선생의 후 손 및 지역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결과 호두의 주산지가 되었고 효능으로는 머리를 맑게 하여 주고 살결을 곱게 할 뿐만 아니라 노쇠를 방지하여 주며 독특한 맛과 높은 영양가로 인하여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이곳의 오밀한 계곡을 흐르는 말은 물소리와 어미 품속 같은 아늑함을 간직한 699m의 광덕산 기슭 아래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광덕사와 더불어 이 고장의 자랑이라 하겠다."
광덕사를 지나면서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를 보았다. 호두나무의 나이가 약 400살 정도이다. 이 호두나무 3m 앞에는 '유청신 선생 호두나무 서식지'란 비석이 서 있다. 지금 이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다. 지금의 나무는 유청신 선생이 가지고 온 호두나무라는 근거는 없다고 한다. 다만, 나는 그 자식이나 손자 나무 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렇게 호두가 천안의 명물이 된 것이다. 호두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왔다고 한다. 호두의 기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4대 문명이 발생하던 그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에 의해 호두는 처음 경작됐고, 그리스로도 전해진 후 동쪽으로 중구, 서쪽으로는 지중해 연안에 이르기까지 호두는 널리 재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한 중부 산악지의 호두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것이라 한다. 재미있는 것은 호두를 보고 추자(楸子)라 한다. ‘楸’ 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글자이다. 그러다가 한(漢) 나라 무제(武帝) 때 장건(張騫)이 서역에서 새로운 추자를 가지고 오니 이것을 호두[胡桃]라 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당추자(唐楸子)라 하였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 호두라는 말보다 추자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 것 같다.
광덕사를 지나서 광덕산을 오르는데 장군봉을 가는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숫자는 500개가 넘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정상길로 5 지점까지 가야 해제된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온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정자도 있고 의자도 있다.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등산로는 100m 정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능선에 도착하면 다시 오른다.
광덕산을 오르면서 조망은 없다. 바위산이 아닌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을 오르면서 재미있는 것은 이정표에 100m, 200m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197m가 나타난다. 이렇게 정밀하게 측정하였을까 생각해보지만 특이하였다. 그리고 정상을 바로 오르면서 우회로가 수시로 나타난다. 가파른 오르막을 살짝 피하여 오를 수 있는 우회가 수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천안시에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쓴 것 같다.
광덕산 정상은 데크를 이용하여 정상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이용되는 만큼 시설들을 설치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안내판이 있고 정상석은 천안시와 아산사가 합동으로 세워놓았다. 상생·협력이다. 대부분의 지역 경계에 있는 산의 정상석은 지자체별로 별도로 세워놓는데 이곳은 같이 세워놓았다. 다만, 이곳에서는 휴대폰이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블랙야크에서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한 GPS 수신은 정상에서 안 되는 만큼 바로 아래에서 실시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블랙야크의 100대 명산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정상 바로 아래에 다음과 같은 시(광덕산에 올라)가 있어 옮겨본다.
가쁜 숨 가다듬고 장군바위 타고 넘어
지팡이 몸을 실어 山頂에 올라보니
크고 작은 산줄기 발아래 엎드리고
안개 자욱한 골에 구름이 머흘레라
대고적 신비 가슴에 묻고
마르지 않는 精氣로 마음을 다스리며
千年 歷史속에 말이 없더니
아산만 물줄기 호령하여
새時代를 열게 하고
서해바다 품에 안고 기지개 켠다
이름 모를 산새는 사랑을 노래하고
땀 식은 이마에 산바람이 시원하니
詩人아님에도 詩心이 절로 일어
나옹선사 詩한 구절 읖죠려 본다.
靑山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고
이곳에서 장군봉으로 간다. 장군바위가 있다. 그런데, 이곳까지 왔는데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3km 떨어져 있는 망경산을 갔다 오기로 한다. 산행을 와서 3시간 만에 하산을 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그래서 망경산까지 걸어본다. 망경산까지 갔다 오는 길은 조망이 없다. 단지 오르고 내리고 그것뿐이다. 망경산에서 바라다보는 것도 그렇게 없다. 단지 산아래 마을과 저수지가 있을 뿐이다. 망경산(望京山)의 지명은 ‘경(京)’은 한양 혹은 임금을 상징하여 나라에 상(喪)을 당하면 한양을 향해 망배(望拜)나 망곡(望哭)하던 곳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해발이 601m로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601m는 많은 산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은 아산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천안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미세먼지가 멀리 볼 수 없게 제약을 한 것이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잔디가 햇빛을 받아서 부드럽게 자라고 있다.
망경산을 가면서 설화산으로 가는 길도 있고 태화산을 가는 길도 있는데 오늘은 망경산만 가고 다시 장군봉까지 돌아서 가고 그곳에서 하산을 한다. 장군봉에 도착하여 장군바위에 이르니 전설이 있다. "옛날 허약한 젊은이가 깊은 산속을 헤매다 허기와 갈증으로 사경에 이르렀는데 어느 곳에서인지 물소리가 들려와 소리 나는 곳을 가보았더니 큰 바위 밑에 물이 뚝뚝 덜어져 신기하게 여겨 손으로 받아먹었더니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마치 장군처럼 우람하게 변하였다 하여 장군바위라 칭하였다"라고 한다.
장군봉에서 하산하는 이정표가 있다. 부용묘가는 길과 광덕사 가는 길이 있다. 도대체 부용이 누굴까 찾아 보았다. 부용은 조선시대 3대 명기중 한 사람인 운초 김부용(金芙蓉)이며 그의 묘가 40년 전인 1974년에 당시 ‘명기열전’을 집필하던 소설가 정비석 선생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3대 명기는 황진이, 김부용, 이매창이라고 한다. 김부용은 황해도 성천에서 가난한 선비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네 살 때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열 살 때 당시(唐詩)와 사서삼경에 통하였다고 한다. 열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다음 해 어머니마저 잃게 된 김부용은 퇴기의 수양딸로 들어가 기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김부용은 12세에 기적에 오른 기녀였지만 16세에 성천 군민 백일장에서 장원하여 인기를 얻었으며, 한시(漢詩) 350여 수를 남겼다. 22세 때에 김부용은 평양 감사와 호조 판서를 지낸 김이양(金履陽)[1761~1852]의 부실로 들어갔으며 죽어서는 김이양의 묘 옆에 묻혔다고 한다. 김부용의 시를 한편 옮겨본다.
四絶亭
亭名四絶却然疑 정자 이름 어이하여 사절이 던고
四絶非宜五絶宜 사절보다 오절이 마땅할 것을
山風水月相隨處 산과 바람 물과 달 어울린 데다
更有佳人絶世奇 절세가인 더했으니 오절이라네
광덕사로 내려가지 않고 광덕산 공영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간다. 갈림길에서 광덕사와 쉼터가 있다. 쉼터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간다. 내려가다가 보면 광덕사로 가는 방향이 있고 광덕쉼터로 가는 방향이 있다. 광덕쉼터로 가다가 이정표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공영주차장을 목표로 내려가는데 하산길이 너무 좋다. 이러한 길을 내려가면 공영주차장에 도착한다. 5시간도 안되어서 광덕산과 망경산을 걸어보았다. 종주해볼 만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