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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Jan 15. 2024

2024년 남덕유산 이야기

남덕유산하면 생각나는 것은 겨울산이다. 그리고 눈이 있고 그 산의 데크를 넘으면서 데크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본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쯤은 이 겨울산을 찾는다. 2023년 1월에는 이 겨울산을 찾았을 때에는 비가 오고 따뜻한 기온의 연속으로 실패하였는데 이번겨울에는 눈도 많이 오고 추위도 계속이어서 기대감을 갖고서 출발을 한다. 주중에 눈이 오고 근무지 근처에 상고대가 형성이 된 것을 보고 기대감을 안고서 출발하였다.


지인 4명이서 출발을 하였다. 이른 아침에 모여서 승용차에 탑승을 하고 기대감을 갖고서 출발을 한 것이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주변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 금요일 날씨가 따뜻하였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해발이 200m, 300m 높아지고 있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낙엽 떨어진 산의 모습만 보인다. 산 위에 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해발이 높아지면 보이겠지 하면서 기대감을 갖고 고속도로를 달려갈 뿐이다. 이른 아침 새벽잠을 멀리 보내고 기대감을 갖고서 달리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자동차는 벌써 서상 IC를 지나고 남덕유산을 환종주할 수 있는 영각사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영각사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여 남덕유산을 올려다 보아도 이른 아침임에도 햇살을 받아서 반짝이는 상고대는 없다. 남덕유산 너머 서봉으로 가는 길에 눈을 기대하면서 이제는 올라야 할 것 같다. 자동차에서 느끼지 못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배낭을 꾸리고 남덕유산으로 올라선다. 오늘은 환종주 한다. 영각사 공영주차장을 출발하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남덕유산 정상을 오르고 살짝 내려선 후 서봉을 간다. 그다음에 하산하면서 경상남도 학생수련원 방향으로 하산코스를 잡고 영각사 공영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거리는 12-13km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우리들의 일정을 공유하고 산으로 들어간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찬바람이 이제는 없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치는 바람이 차갑다. 하지만 산속으로 들어가면 찬바람이 나무에 부딪히면서 약해진 것이다. 소백산의 찬바람으로 내가 어릴 적 바로 맞았던 기억이 난다. 그곳도 낮은 야산 없이 바로 높은 해발 1400m에서 해발 200m까지 내려치는 바람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영각사 탐방지원센터 해발 높이가 측정을 하니 해발 700m쯤 된다. 이제 남덕유산 정상이 1500m쯤 되니 800m만 오르면 된다.


주차장에서 나올 때 찬바람에 너도나도 껴입었던 옷을 하나둘 벗어서 배낭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은 없고 산을 오르면서 온몸의 열기를 그대로 받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하나둘 벗어던지는 것이다. 어릴 적 읽은 동화가 생각이 난다. 추운 겨울바람과 해가 서로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지 내기를 하였는데 겨울바람이 진 것이다. 추운 겨울바람이 세게 불면 움추려들지만 그 외투를 벗지는 않는 것이다. 해가 따뜻하게 비추면 몸이 더워서 외투를 벗고 편안하게 걷을 수 있다. 그래서 태양이 이긴 것이다. 오늘 우리도 그렇게 된 것이다. 겨울바람과 운동이 경쟁하여서 운동이 이긴 것이다.

남덕유산 초입에 들어섰지만 눈은 보이지 않고 깔끔한 등산로만 보인다. 중간중간에 얼음이 있지만 아이젠을 싣고 오를 정도는 아니다. 설산을 왔는데 하면서 아쉬움을 갖고서 오를 뿐이다. 어떤 분이 내려오고 있다. 그분은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고 내려오고 있다. 산이 어떤지 물어보니 눈이 없다고 한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오르고 내릴수 있다고 한다. 약간의 실망감을 갖고서 겨울산은 안전이 최고인데 그래도 빙판이 있을 것인데 하면서 오른다. 어떤 분을 또 만났다. 그분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다. 어디쯤에서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고 한다. 오늘 우리 일행 중 처음으로 겨울산을 오는 분이 있어 그분이 처음으로 아이젠을 착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해발 1000m가 지나면서 등산로에 얼음이 있다. 그리고 아이젠 없이 오르는 것이 무리인 지점이 나타났다. 이곳부터는 발에 도구를 부착하고 오르는 것이다. 아이젠 없이 오르고 내릴 수 없는데 어떻게 하였는지 궁금하다. 능선에 도착하기까지 가파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계곡에서 능선에 오를 때 그 가파름을 경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햇빛이 비추는 양지는 눈은 없고 음지는 눈이 있다. 그리고 등산로는 사람들이 다녀서 다져진 눈과 얼음이 있다. 하늘은 맑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 비치는 하늘이 경이롭다. 우주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빛이라고도 한다.

능선에 도착하여 이제 데크를 본다. 저렇게 넘어가면 또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데크를 오르는 발길이 늦어지고 있다. 그 데크가 쉬운 길이 아니고 20층 높이의 건물의 계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건물의 계단은 규칙적이고 오르고 쉬고 하지만 산의 계단은 2-3층 높이를 한 번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데크를 오르면서 저 위의 데크에 하얀 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오늘은 없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얼음이 있어서 위험하다. 데크를 올라서면 반대편이 보이고 이제 남덕유산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지만 정상부근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모두들 웅크리고 있다.

맞은편 봉우리에 있는 양을 닮은 바위가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지인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눈을 하얗게 맞은 양으로 생각을 하였는데 오늘은 완전히 아니다. 이렇게 데크가 있기에 산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산을 오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에는 이곳으로 오르지 않고 육십령 쪽에서 출발을 하여 서봉을 오르고 다시 남덕유산 정상을 오를 것이다. 이제 정상을 가기 위하여 너도나도 한 걸음씩 더 빨리 걷는다. 조용하게 걸으면서 바람을 맞아주는 능선 아래 휴식을 취한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멀리 덕유산 능선이 보이고 그 능선이 끝자락에 중봉이 보인다. 그렇게 사람들이 걷는다. 육구 종주라고 한다. 육십령에서 출발하여 할미봉, 서봉, 남덕유산, 삿가봉, 무룡산, 중봉 그리고 향적봉을 거쳐 백련사로 하산을 하여서 구천동까지 도착하는 길이다. 13시간에서 14시간을 걸으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한 번씩 걸으면서 나를 시험해 본다. 남덕유산 정상석 근처의  강한 바람 때문에 사람들을  더 이상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정상에 사람들이 체류하지 않고 서쪽으로 이동을 한다. 그곳에는 설산을 만끽할 수 있다. 산 위에서 햇빛의 방향에 따라 눈이 녹고 안 녹고 그 현상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그대로 본다.

설산이다. 이제는 눈 위에 구를 수 있다. 조심스럽게 하산을 한다. 눈이 그렇게 보고 싶어서 왔건만 이제는 눈을 조심하면서 지나간다. 아이젠을 착용하였지만 퍼석눈이라서 눈 위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발을 밀린다. 스틱을 이용하여서 천천히 내려가보고 옆에 안전을 위하여 설치한 밧줄을 잡고 내려가보기도 한다. 밧줄을 잘 잡고 내려가면 그만큼 안전하게 하산을 할 수도 있다. 눈산의 절대적 안전을 위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손에는 장갑을 착용하고 하산을 한다. 지인이 그 밧줄을 놓쳐서 같이 간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 눈 위에 엉덩방아를 찢어서 아픔을 덜하겠지만 그래도 아픈 것도 아픈 것이다. 영광의 상처도 흔적으로 보인다. 서봉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능선길은 봄이 될 때까지 눈이 그대로인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내려오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서봉을 오르기 전에 체력이 필요한 만큼 보강을 한다. 1507m에서 하산을 하여 1350m쯤 내려온 후 다시 1498m까지 올라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적인 설산이다.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그 위를 걷는 것이다. 하늘은 파랗고 땋은 하얀 눈으로 설산의 경치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봉 정상으로 가기 전 헬기장까지 가는 데크가 보인다. 마지막 고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그렇게 강하게 불던 바람도 이곳은 고요한다.

헬기장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리고 우리도 도착을 한 것이다. 멀리 지리산 줄기도 보이고 덕유산 줄기도 보인다. 그곳으로부터 이곳까지 능선이 이어져 있다. 그것이 백두대간이다. 지리산 능선의 그 장엄함을 보면서 우리들의 인증샷을 남긴다. 서봉은 장수덕유산이라고도 한다. 내가 육십령에서 출발하여 이곳 서봉을 오를 때 오르고 또 오르면서 이곳이 정상인가 하면 또 보여서 저절로 지치게 하였던 산이다. 산을 내려가면서 보니 그럴 것 같다. 암릉사이에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등산객을 만났다. 무척이나 잘 걷는다. 우리 지인들을 멀찍이 뒤로하고 그분과 담소를 나누면서 길을 걷는다. 2-3일 전까지 이곳에 상고대가 그렇게 잘 형성이 되었었는데 목요일부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상고대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안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어서 상고대가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상고대를 보려면 시간을 갖고서 다시 와야 한다고 하였다. 따뜻한 1월이다. 이상하게 내가 남덕유산을 올 때마다 눈을 그렇게 볼 기회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3년 연속 남덕유산에서 눈 산행 실패다. 하지만, 이제는 원점회귀를 위하여 경상남도 학생수련원 쪽으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갈림길을 찾아서 하산을 할 뿐이다.

하산을 하면서 학생수련원 쪽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나왔다. 바로 위에는 탐방로가 아님이라고 이정표가 있는데 10m쯤 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흔적이 있다. 그 길로 들어선다. 길이 진흙탕이다. 눈이 녹고 그 눈 녹은 물이 진흙을 만들 것이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 것이 진흙에서도 유용하였다. 밀리지 않고 한 발씩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계곡에 도착하였다. 그 계곡에 겨울이면 얼음으로 가득하여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 아이젠도 벗고 신발을 씻고 아이젠도 씻고 그리고 주차장으로 이동을 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3-40분 걸린다. 그 길에 음지가 있다. 눈이 녹지 않고 빙판이 되어 있다. 조심스럽게 걸을 뿐이다. 길을 따라서 등산객들이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이렇게 6시간의 등산을 마친 것이다. 환종주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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