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정선의 동강 백운산을 오르고 여운이 사라지기 전 광양의 백운산을 올랐다.
백운산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광양의 백운산을 갔다. 정선의 백운산보다는 멀다. 사실 서울에 살면 남쪽 끝에 있는 백운산은 4시간 이상을 투자하여야 하는 산이다. H가 말하기를 그렇게 먼산을 왜 가냐고 한다. 동네 근처에 있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사패산, 불암산도 있고 삼성산, 수리산도 있는데 그렇게 멀리 다닐 필요가 있냐고 한다. 그래서 산행은 H가 내보다 많이 하였지만, H는 서울을 중심으로 이동하기에 서울, 경기지역의 산은 어디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근거리 산행도 재미있지만 주말 부부를 12년 이상하여서 그런지 이동하는 것에 그렇게 불편함이 없어 장거리 잘하였다. 짝꿍이 있지만, 버스를 타면 흔들리는 버스와 디젤의 그 냄새를 극도로 싫어하여 나 혼자 산행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출처 : 조선일보)사당역에 도착하면 안내산악회 버스들이 즐비하다. 주중에도 사당역 주변은 버스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 버스는 근무지로 가는 사람들, 학교로 가는 사람들이 주였지만 주말에는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주이다. 산으로 가는 사람들은 사전예약을 한 버슬 찾기 위하여 1번 출구, 9번 출구, 10번 출구 등으로 사전에 약속된 장소로 이동을 한다. 나는 1번 출구를 나와 기다랗게 대기 중인 버스를 찾았다. 이번에는 백운산을 가는 버스는 가장 먼저 출발하여서 그런지 가장 먼 거리에 기다리고 있다. 버스를 찾으면 배낭은 버스의 짐칸에 두고 예약한 좌석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버스에 앉은 사람 중 90%는 잠을 청하고 있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사실 노년을 보내는 사람 중 절반이상이 TV를 보거나 낮잠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하였다. 버스 안은 고요하다. 나도 그 속에 들어가 본다. 귓가에는 차륜소리만 들리고 양재역을 거쳐 죽전에서 등산객을 탑승시키기 위하여 잠시 멈추었던 버스는 이제 고속도로 위를 달릴 뿐이다. 달리든 버스는 잠시의 휴식을 위하여 휴게소에 정차를 한다. 오늘의 날씨를 가름할 수 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다. 산 위에서 에너지 보충을 위한 잠시의 여유도 줄 것 같지 않다. 배낭 속에 든 행동식도 있지만, 추가로 무엇인가를 더 구매하고 버스에 탑승을 한다.
남도에 도착하였다. 차장밖의 풍경은 겨울날 스산한 분위기보다는 늦가을의 풍경이다. 산행대장이 며칠 전에 눈이 왔지만, 오늘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코스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원점회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구분한다. 원점회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신선대를 오르고 정상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안내한다. 원점회귀가 아닌 백운사로 내려가면 시멘트길이 있고 산행을 마치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고로쇠액을 채췹한 후 모아두는 통버스에 내려서 산으로 간다. 마을에서 출발하여 산으로 간다. 산으로 가면서 인간의 탐욕을 그대로 본다. 인간의 탐욕이란 이런 것이다. 살아 있는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피를 자발적이 아닌 타의에 의한 매혈하는 것과 같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기 위한 호수가 길게 늘어져 있다. 사시사철 그 수액을 채취하는 인간의 탐욕이다.
신선대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인 삼거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너덜지대다. 광양의 백운산을 오르는 길은 너덜지대의 연속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설악산 귀때기청봉의 너덜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1km 정도 너덜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리고 거기까지는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삼거리에서 나는 신선대로 방향을 잡았다. 바로 가파름의 시작이다. 데크도 있고 가파른 계단도 있다. 이제는 계곡을 벗어나서 능선을 걷는 것이다. 능선길을 오라서자 마자 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계곡을 걸을 때 하나둘 재킷 안에 있는 패딩 등을 벗어서 배낭에 넣었는데 다시 입어야 하나 고민을 하지만 그냥 걸을 뿐이다. 바람이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산행을 하던 사람이 재미있게 이야기하였다. 바람이 놀러 갔다고 하였다. 바람소리가 저 밑에서 들리고 산 위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산 위에 바람이 없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다시 온다. 바람이 놀러 갔다가 다시 온 것이다. 바람의 자유다. 오르다가 바람이 지나가다가 조각한 바위를 살짝 담고 신선대로 방향을 잡는다.
신선대는 도봉산에도 있고 이곳에도 있고 충북 구병산에도 있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에 가보면 전망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신선대이다. 그렇게 잘난 신선대에 올라 멀리 백운산 정산을 바라다본 후 주변의 경치를 본다. 하지만, 어디 갔다 온 바람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피할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서둘러 백운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선대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500m이다. 하지만,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정상 능선길이다.
뒷바람이다. 배낭이 바람을 맞아주고 자켓이 맞아주니 배낭 속에 든 패딩이 궁금하지 않다. 백운산 정상에 사람이 없다.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휘몰아치고 있다. 서둘러 인증을 하고 바로 내려선다. 하지만 구름과 산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놓칠 수 없어 그것을 인증한다. 겨울산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을 그대로 담는다. 겨울산은 유난히 파랗다. 애국가에 나오는 "가을 하는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가 초겨울의 하늘을 묘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백운산 정상을 벗어나 이제는 하산을 한다. 억불능선으로 이어지는 그 능선길이 좋지만 이번주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기간이다. 백운사로 하산을 하거나 다시 삼거리로 하산을 하는 길밖에 없다. 나는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이 싫어서 백운사로 하산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 길은 아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 길이었다. 백운사에서 용소라는 곳까지 거의 4km를 포장된 길이었다. 그리고 상백운암에서부터도 포장된 길이 있었으나 나는 그것을 회피하여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갈림길에서 억불봉으로 가는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헬기장에서 백운사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따라 하산을 하였다. 상백운암이 있는 근처에서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 올라오는 등산객을 만났다. 용소에서부터 올라오는데 그렇게 재미는 없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상백운암에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좀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상백운암을 둘러보고 하산을 하면서 중백운암지에서 돌탑을 보고 하산을 하는데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포장된 도로를 끝없이 따라가야 한다. 500m 이상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백운사이다. 그렇게 정취는 없지만 지나가는 등산객을 가만두지 않는 개 짖는 소리만 있었다.
용소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다. 급격하게 내려가는 길인데 올라오는 사람은 싫었을 것이다. 누구에게 이 길을 추천할 것이야 물어보면 절대로 추천을 하지 않을 것이다. 포장된 도로를 올라오는 자동차가 있지만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내려가면서 무엇인가 있을 것인가 하는 호기심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백운산의 용소부근은 여름 휴양지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름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공용주차장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철 지난여름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빨리 내려와 오늘도 버스는 빨리 출발한다. 산을 오를 때 흩날리던 눈은 오를 때 사라졌고 이제는 찬바람만이 우리를 배웅한다. 버스는 광양시내를 지나 고속도로를 오르고 등산객들은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싣고 조용히 잠이 들고 있다. 그리고 차륜소리만 조용하게 들릴 뿐이다.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