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책을 읽은 독후감이다.
일본소설 중에 "무코다 이발소"라는 책이 있다. 일본 소석을 보면 어떤 경우에는 지루한 점도 있고 어떤 점에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있는 소설도 많다. 하지만, 최근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는 우리의 조그마한 면단위 농촌과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고, 태백시의 어느 지점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소설가가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하여서 그런지 잔잔한 감동도 있고 일본의 고령화된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번역가이 김난주 선생도 이 소설에 대하여 옛날 우리 시골에서 아랫목에서 까먹는 군구마처럼 정겹고 훈훈한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가장 북쪽 섬인 홋가이도의 산간지역에 있는 도마자와는 과거에는 탄광 마을이었으나 에너지 합리합 등으로 인구가 격감하고 노령화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선이나 태백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석탄합리화 정책에 따라 국내에서 채굴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석탁보다는 천연가스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탄광은 문을 닫고 너도나도 도시로 떠난 모습이 똑같다.
젊은이들이 떠나 활기를 읽은 동네의 모습이 인구소멸지역의 모습과도 유사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도 없이 동네는 점점 소멸해 간다. 이곳도 우리처럼 축제를 개최하지만 그것도 한때이고 축제가 끝나면 설물처럼 떠나 사람들이 그립다. 동네를 다시 한번 일으키겠다고 노력하는 젊은이도 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기성세대는 또 똑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도 그렇다고 본다.
지금도 시골의 이발소나 미장원은 동네 중장년층의 모임터 구실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소시민의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도 세상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중재하기도 하지만, 결혼하지 못하는 노총각인 이웃총각이 중국에서 데려온 신부에 대하여 이렇고 저렇고 하는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다. 우리도 결혼 못한 노총각을 위하여 동남아, 중국에서 신부를 모셔왔다. 외국의 신부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면서 자기의 자식이 농촌으로 시집가는 것은 반대하는 그 부모의 심정을 그대로 보면서 부모는 모두 같다는 것을 느꼈다.
고향을 떠나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젊은이가 범법자가 되었으며, 한국처럼 일본도 똑같이 언론이 설레발치는 모습을 담고 있어 그곳이나 이곳이나 똑같다 느꼈다. 소설 속에서 범법자가 된 젊은이의 부모님을 인터뷰하려고 노력하고 동네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을 보면 우리 언론도 하이에나처럼 부모, 형제, 동네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사람을 악마화하는 것을 보았는데 일본이라고 다른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았다. 우리가 일본은 무엇이든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느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고향이라고 부모를 만나도록 도와주고 설득하는 모습, 자기의 아픔을 고향에 묻고자 하는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가업을 잇겠다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은 일본의 그것이었다. 우리 같으면 이발소보다는 회사를 다니도록 부모 입장에서 용납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식들이 도회지에 나가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들의 심정이지만, 자기 회피를 위하여 가업을 잇는 모습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이 일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