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를 F1 경기장처럼 달리는 초보 그녀
"여보 나는 1차선 체질인 것 같아" 외사촌 형님의 자혼이 있어 겸사겸사 포항 울산을 내려가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를 앞두고 아내가 한 말이다. 당시 속도계는 130km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왕복 8차선의 고속도로를 달리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가 도 양쪽 다리에 다시 힘이 주어진다. 운전대를 주며 조수석에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려는 나의 속심은 차창밖의 풍경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는 15년이 됐다. 장롱면허 기간이 10년이니, 실제 경력은 5년쯤이다. 초기에는 한적한 지방도나 국도에서만 운전대를 넘겨주었다. 아파트 좁은 길을 들어오기가 겁나 운전석을 박차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터를 구입한 작년 봄 이전에는 어쩌다 운전이 대부분이었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제27호에 따르면, 초보운전자의 정의는 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하루 30분씩 매일 운전한다고 가정하면 365시간 내외 운전을 해본 사람일 것이다(장롱면허 기간을 정부에서 인정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내는 왕복 30분 거리의 친정이나 대천사를 오가는 단거리 운행이 대부분이었다. 한 해에 100번을 갔다 왔다 한들 5년이라 해야 250시간이다. 거기에다 장거리 운전은 남편 동승조건이 대부분이었다. 나 홀로 운전시간으로 엄밀하게 따져보면 아내는 아직도 초보다.
아내는 A형이다. 미국의 한 보험사가 '자동차 사고도 혈액형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2000여 건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A형은 속도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내는 A형이기도 하지만, 사주에 화 기운도 많다. 이래저래 아내의 질주 본능은 확률로도 입증된 셈이다.
K7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좋다. 공인연비가 16.2km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무리한 추월 없이 정속주행 시 평균연비가 20km까지 나온다. 금강휴게소에서 운전대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영천휴게소에서 다시 넘겨받으니 평균연비가 19.2km로 떨어져 있었다. 아내가 수시로 속도를 즐겼다는 물증이다.
후진 주차는 아직도 초보 수준이지만, 일반도로보다는 고속도로를 더 좋아하는 아내. 앞에 화물차가 어정거리는 꼴은 절대 못 보는 다혈질 아내. 스피드를 즐기려는 그녀에게 운전대를 계속 맡겨야 할까요? 그놈의 못 말리는 아내의 질주 본능.